[회독하다_서평] 패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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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국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개인들에게 이 책은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내 삶이 한계에 도달한 것 같거나, 내 소득이 지금 한계에 도달했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이라는 나라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은 패권의 비밀을 밝혀 우리 대한민국을 한 단계 도약시킬 길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경제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큰 길을 제시하는 책이기도 하다. 마치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한계를 느껴, 사표쓰고 나와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러니,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즈음은 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물론 내용이 다소 어렵기 때문에 한 번이 아닌 여러번을 읽어야 한다.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나 또한 책 내용을 거의 까먹었기 때문이다.
책 소개
김태유 교수님의 "패권의 비밀"은 인류 역사상 주요 패권국들의 흥망성쇠를 경제와 전쟁의 순환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이 책은 단순 역사 서적이 아니다. 이유는 단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체제의 발전 단계와 그 한계,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쟁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류 역사상 경제 체제를 크게 세 단계로 분류했다. 농업사회의 단순 재생산 체제, 상업사회의 확대 재투자 체제, 그리고 산업사회의 확대 재생산 체제이다. 각 단계는 그 이전 단계보다 더 큰 경제적 잉여를 창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16세기 스페인 제국부터 시작하여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현재의 패권국인 미국까지의 역사를 추적한다. 스페인은 강력한 제국을 건설했지만, 농업 사회의 단순 재생산 체제에 내재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끊임없는 영토 확장과 식민지 수탈에 의존했지만, 이는 결국 스페인 경제의 쇠퇴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았다.
반면 네덜란드는 국제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상업혁명을 통해 가장 선진적인 상업 체제를 구축했다. 이윤을 새로운 상업 활동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확대 재투자 체제를 완성함으로써 17세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경제도 결국 농업과 사치품 교역에 의존하는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영국은 네덜란드의 상업혁명에 기술혁신을 더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1차 산업혁명을 통해 확대 재생산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영국 자본가들이 생산현장보다는 금융소득에 안주하면서 모험정신을 잃어버리자, 패권은 결국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미국은 기업가정신과 과학기술, 모험정신을 바탕으로 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여기에 광대한 영토, 풍부한 천연자원,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온 상업적 전통이 더해져 세계 경제의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1, 2차 세계대전은 미국의 확대 재생산 체제가 더욱 원활하게 작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분석을 바탕으로 패권의 비밀을 파해쳤다. 특히 '미국 쇠퇴론'에 주목하며,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탈제조업화 현상을 지적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드러났듯이, 미국의 금융자본이 산업 투자보다는 부동산이나 투기적 용도에 집중되는 경향을 우려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확대 재생산 체제가 선순환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바라보았다.
더 나아가 저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패권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력 뿐만 아니라 기술력, 혁신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총체적 경쟁이 될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맥락으로 바라보면 한국의 미래 전략에 대한 중요한 제언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제언은 "한국의 시간"과 새롭게 출간한 "선착의 효"에서 볼 수 있다.
"패권의 비밀"은 단순한 역사서로 보일 수 있겠으나 경제와 전쟁, 그리고 기술혁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세계 질서를 형성해왔는지를 분석했다. 덕분에 다른 역사서보다 조금 더 농도 있는 지식을 섭취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현재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주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저자의 제언은 정책 입안자들과 기업인들에게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며, 개인 또한 어떤 삶의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이끈다.
개인적인 생각
이 책의 매력은 거시적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동시에, 각 시대의 구체적인 경제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나처럼 역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다소 따분하고 피로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럴 때에는 정신승리를 해야 한다. 마치 EBS 10부작 특집 다큐를 본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 멈춰 있는 텍스트는 하나의 영화처럼 재생된다. 그렇게 다큐멘터리 감독이 된 것 같은 재미를 느끼며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책을 덮고 나면,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라는 국가를 어떻게 경영하고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인가.
논의할 만한 내용
산업혁명이 국가의 글로벌 패권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경제적 패권은 국제 평화 유지에 도움이 된다.
국방을 위한 과도한 예산 지출이 기술 혁신을 촉진한다.
경제력이 국방력보다 국가 안보에 더 중요하다.
패권국이었던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은 과거의 경험을 학습하여 한계를 극복해, 새로운 패권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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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님의 댓글
한상도 아이피 (39.♡.230.174) 작성일 Date서평이 참 좋네요. 단단하고 명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