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득한 행성, 호기심이 강한 천사가 있었다. 그 천사는 늘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남쪽에 있는 진나라는 가난한데, 북쪽에 있는 미나라는 부유한 이유가 뭘까?’

천사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황당한 실험을 하기로 했다.

수류탄을 물고 있는 개 한마리를 각 나라의 도심 한가운데 놓아 보기로 한 것이다.

천사는 먼저 진나라의 도심지에 수류탄을 물고 있는 누렁이를 놓아보았다.

그러나 몇 분, 몇 시간,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 개를 보지 않았다.

개는 관심을 끌어보기 위해 도시 구석구석을 전부 활보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답답한 천사는 주의를 더 끌기 위해 개에게 짖도록 명령했다.

개는 온종일 시끄럽게 짖었고, 주의를 끌어보려 애썼다.

그러나 사람들은 인상만 찌푸릴 뿐, 개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답답한 천사는 개의 외양과 태도를 바꿔보았다.

누렁이 개는 순식간에 미용이 잘 된 포메라니안으로 변신했다.

목에는 예쁜 목걸이가 달렸고, 이내 꼬리를 살랑대며 사람들에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사람들이 개에게 관심을 가지며 열심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개를 쓰다듬고 껴안고 뽀뽀를 하며 ‘넌 어디서 왔니?’ ‘넌 이름이 뭐니?’ 등등의 질문을 했다.

그쯤 되니 사람들의 눈에 수류탄이 보였다.

수류탄을 본 사람들은 대개 ‘귀엽다' 혹은 ‘재밌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가끔 똑똑하다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논쟁을 벌이곤 했는데, 주로 ‘수류탄이냐 연막탄이냐' 혹은 ‘구식 수류탄이냐 최신식 수류탄이냐' 혹은 ‘자연신관식 수류탄이냐 세열식 수류탄이냐’ 등등을 가지고 다퉜다.

논쟁은 매우 치열했고, 누군가는 철저한 근거자료 조사를 통해 해당 수류탄이 어떤 모델인지를 밝혀냈다.

가장 먼저 모델명을 정확하게 알아낸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참으로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박수를 받았으며, 금세 유명세를 탔다.

한 달 정도 지나자, 수류탄을 물고있는 개에 대한 관심은 전부 식었으며, sns에 업로드 된 사진들과 논쟁의 흔적들이 남은 것의 전부였다.

천사는 이번엔 미나라로 날아갔다. 그는 다시 한번 누렁이에게 수류탄을 물려놓고 도심지에 던져봤다.

개가 땅에 닿자마자 사람들은 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질문하기 시작했다.

‘도심지에 개가 왜 있지?’, ‘목줄이 없네? 유기견인가?’,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혹시 무언가를 실험하고 있는건가?’

개를 발견한 사람들은 즉시 모여 의견을 나누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경찰에 신고접수를 했고, 누렁이에게 목줄을 채웠다. 사람들은 개의 면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누렁이가 물고있는 수류탄은 금세 발견되었고, 사람들은 즉시 수류탄을 밀봉하여 인적이 드문 곳에 격리시킨 뒤 추가 조사 및 의논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이 수류탄은 어디에서 누가 사용하는 수류탄인가?’, ‘수류탄을 문 개가 도시에 활보한다면, 시스템의 어디에 구멍이 났는가?’, ‘유기견 관리 시스템에는 어떤 허점이 있는가?’, ‘무기관리체계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급소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은 공론화 되었고, 민원접수 및 신고가 진행되었다.

미나라 정부에서는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결과는 즉각 온라인으로 공개되었다.

미나라는 사회 인프라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국가였다. 유기견 하나하나, 무기 하나하나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고 추적했다. 

당국은 cctv 데이터를 분석하여 누렁이가 어디에서, 어느 시점에 나타났는지 빠르게 확인했다.

조사가 끝나자, 미나라 정부에서는 조사내용을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 누렁이가 어디에서 왔고 수류탄을 어디에서 가져왔는지를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국가 운영 시스템으로 파악이 안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현상을 밝히기 위한 연구단이 꾸려질 계획이며, 연구결과에 따라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이다”

이내 예산이 배정됐고, 국가의 석학들이 모여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이 현상이 벌어진 것에 대해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미나라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인식체계에 기반한 시스템의 허점은 왜 발생하는가’의 담론을 가지고 토론했으며, 미나라의 물리학자들은 ‘공기 외에는 없는 공간에서 생물체가 발견되는 물리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에 대해 토론했다.

철학자들은 답을 쉬이 내놓지 못했지만, 물리학자들은 조금씩 나아갔다.

생물학자들이 분석한 누렁이 세포를 바탕으로 물리학자들이 가설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이 세계는 여러 공간의 중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는 그 중 하나의 공간을 인지할 뿐이다. 누렁이는 다른 공간에서 차원이동을 했을 것이다.’였다.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이 벌어졌고, 그 중 가장 집요한 물리학자 한명에 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누렁이의 세포 주변에 강력한 중력장을 형성하여 공간을 휘어보니,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공간의 틈이 보인 것이다.

미나라 정부는 즉각 예산을 더 편성하여 누렁이가 나타난 곳의 공간 틈을 확인하기로 했다.

미나라는 정부, 기업, 연구소가 힘을 합쳐 누렁이 발견장소에 강한 중력장을 형성, 실제로 누렁이가 튀어나오기에 충분한 공간의 구멍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모험심 강한 철학자 한 명이 자원하여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모든 사건의 시작점인 호기심 강한 천사를 대면했다.

철학자는 천사를 보고 물었다. “너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