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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218.♡.116.5)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79회   작성일Date 24-02-1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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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욱이는 대한민국 축구 3부리그 A팀 감독이다. 근욱이는 소위 지장(知將)이다. 그는 모르는게 없다. 전술 이론에 대해서는 고전부터 최신까지 꿰뚫었고, A 팀의 경기 데이터도 늘 숙지하고 있다. 오래 전 경기의 데이터도 정확히 떠올릴 수 있는 뛰어난 기억력도 가졌다. 근욱이는 선수단을 지도할 때 흡사 교수같다. 지난 경기 분석도 이론에 기반하여 정확하게 정리하고, 다가올 경기에 대한 계획을 설명할 때도 한 치의 오차가 없게 전달하는데 온 심혈을 기울인다. 근욱이가 이끄는 A팀의 특징은 항시 최신의 축구 전술이 반영되어 있으며, 팀 전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계처럼 움직인다는 것이다.


    낙현이는 대한민국 축구 3부리그 B팀 감독이다. 낙현이는 용장(甬將)이다. 그는 근욱이처럼 지식이 많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거의 지식이 거의 없는 것에 가깝다. 그러나 그는 승리에 항상 목말라 있다. 너무나 목이 말라, 매 경기마다 화가 나 있는 듯 보인다. 그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심판과 갈등을 빚는 것도 서슴지 않고, 선수들이 나태한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엄하게 꾸짖곤 한다. 낙현이가 이끄는 B팀의 특징은 선수들의 투지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눈빛은 항상 날카롭고, 거친 몸싸움을 서슴지 않아 다른 팀들에게는 위협의 대상이다. 선수들 또한 늘 승리에 목말라 있는 것이다.


    도영이는 대한민국 축구 3부리그 C팀 감독이다. 도영이는 덕장(德將)이다. 실제로 덕을 많이 베풀어서라기보다는, 선수들이 그의 말을 마음으로 따르는 모습을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C팀은 3부 리그 팀 중 가장 밝은 훈련 및 경기 분위기를 가진 팀으로, 선수들이 늘 밝은 표정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했다. 도영이는 근욱이만큼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공부를 하려고 하며, 낙현이만큼 화가 나있지는 않지만 늘 승리를 갈구한다. 도영이가 이끄는 C팀의 가장 큰 특징은 유연함이다. 매 경기마다 다양한 전술로 경기에 임하며, 매 분마다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팀이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가 되어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A, B, C 모두 3부 리그의 강자이나, 우승은 항상 C의 몫이었다. 이 미스테리함에 사람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곤 했지만, 답을 아는 자는 오직 도영이 뿐이었다. 어느 날, 도영이의 가장 친한 친구인 래원이가 물었다. “A, B 팀이 C팀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도영이가 답했다. “A팀은 정해진 전술을 이행하는 팀이기 때문에 예측이 가능해. 내가 충분히 공부만 한다면 언제든 이길 수 있지. 게다가 퇴장 등의 변수가 개입되면 정해둔 전술 이행이 불가능해져 여지없이 무너지는 팀이야. B팀은 A팀보다는 까다로워.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거든. 그런데 오답률이 너무 높아. 오히려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많이 하더군.”


    래원이가 이번엔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럼 근욱이랑 낙현이를 어떻게 평가해?” 도영이가 대답했다. “근욱이는 승리를 갈망하기보다는 전술을 이행하는데에 집중하지. 축구가 무엇인지 모르고,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듯해. 낙현이는 승리를 누구보다 갈망하지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잘 몰라. 감독은 항상 두수 세수를 내다봐야 하건만 그 친구는 늘 한수밖에 못보지.” 도영이의 대답에 래원이가 끄덕였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도영이가 덧붙였다. “근욱이를 보면 세상에 어떻게 반응하고 싶은지에 대한 자기만의 욕망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그런데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창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그 창문을 우리는 지식이라고 부르지. 낙현이에게는 창문이 부족해.”


    래원이가 마지막으로 하나 더 물었다. “C팀의 선수단 분위기가 가장 좋은 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사실이 아닌걸까?” 도영이가 대답했다. “그건 부산물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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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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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xx님의 댓글

    정xx 아이피 (118.♡.238.33) 작성일 Date

    도영아, 너가 국대 감독 좀 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