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독하다_서평] 건너가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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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가는 자, 누구인가? 나는 건너가기를 원하는가? 나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나는 건너가고 있는가? 나는 꾸준히 건너가고 있는가?
책 소개
이 책은 최진석 작가가 쓴 반야심경 해설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반야심경의 내용을 옮겨놓고 뜻을 해석할 뿐 아니라 작가 본인의 해석을 곁들여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이다. 반야심경은 600여권의 분량인 반야경을 260자로 줄인 경전으로, 반야경의 핵심 내용을 응축해 놓은 경전이라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건너가는 지혜’를 260자로 줄인 책이다.
최진석 작가는 이 반야심경을 마음대로 토막내고, 들쭉날쭉한 토막들에 자신의 해설을 붙여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경전을 토막내는 기준은 각 장의 제목으로 볼 수 있으며, 총 다섯 장으로 되어 있다. 1장 - ‘인간의 소명을 깨닫고, 세상의 진실을 마주한다’, 2장 -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니, 반야의 지혜를 딛고 저쪽으로 건너간다’, 3장 - ‘더 채우기 위한 마음을 비우고, 정확히 보기 위해 상을 짓지 않는다’, 4장 - ‘뒤집힌 생각을 바로잡아, 가장 탁월한 길을 선택한다’, 5장 -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고통의 바다를 건너갈 뿐이다’.
1장에서는 경전의 내용을 기반으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최진석 교수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불행의 원인이 무지에 있음을 알리고, 그 무지에서 벗어나게 해 줄 관점인 ‘공’에 대해 소개한다. 2장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경의 내용을 다루기 시작한다. ‘건너가기’가 인간의 소명임을 밝히고, 육바라밀을 죽어라 반복해야 함을 강조한다. 3장에서는 인간이 상을 짓는 어리석음을 행함을 알리고, 무소유적인 태도로 살아야 함을 알린다. 4장에서는 무소유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탁월한 시선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알린다. 5장에서는 공함을 바탕으로 무한한 건너가기가 가능함을 알린다. 무소유적인 태도를 가진 자는 걸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관점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간은 평생을 건너가도록 태어났다. 건너가는 행위를 멈추면 비효율이 양산되고 고통이 시작된다. 쉽게 말해 삶이 불행해진다. 고로 우리는 쉼없이 건너가야 하며, 잘 건너가기 위해서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아야 한다. 보통 우리는 세상이 개념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졌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소유적 태도를 야기하여 비효율과 고통을 양산한다. 실제로는 세상이 관계의 연합으로 되어 있으니, 이를 철저히 깨달아 어리석은 고집들을 버려야 한다. 이것을 진실로 알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각자의 고삐를 쥐게 될 것이다. 또한 고삐를 죽을 때까지 놓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평가 (별점: 4점)
이 책에 대한 나의 소견은 이렇다. 반야심경은 가장 기본적인 삶의 작동 원리가 기록되어 있는 명저이지만, 그 자체로 읽기가 쉽지는 않다. 최진석 작가는 이 경전을 잘 어루만져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가 미적으로 고양될 수 있는 책을 썼다. 대한민국에서 반야심경을 수준 높게 다룬 2차 저작이 흔치 않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한다. 개인적으로는 ‘법륜 스님의 반야심경 강의’에 이은 수작이라고 생각하며, 좀 더 지적으로 단련된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본다.
이 책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급소를 겨냥하고 있는 책이니만큼, 독서를 하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소명이 없는 사람이 탁월해지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요리를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 요리책을 읽는 것 이상으로 허무하기 때문이다. 허무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도, 끝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물으며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논의할 만한 내용
- 소명이 있는 사람은 소명이 없는 사람보다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찬/반)
- 대한민국에는 소유적 태도를 지닌 사람이 존재적 태도를 지닌 사람보다 더 많다. (찬/반)
-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니 자유롭다’ 는 틀렸다. 원하는 것이 없으면 불행하다. (찬/반)
- 소유적으로 사고하는지 아닌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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