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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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102살. 이름은 경만(京萬) 큰 도시에서 많은 걸 이루라는 뜻이다.
하지만 100년 넘게 살면서 제대로 이룬 게 하나도 없다.
그래도 괜찮다! 나를 꾸짖을 사람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102살이라고 하면 꼬부랑 할아버지를 떠올리겠지만 지팡이 없이 스스로 걸어 다닐 줄 아는 건강한 할아버지다. 신체 나이는 82살 정도가 아닐까? 좋아하는 음식은 제육볶음, 롯데리아 양념감자 양파맛이다.
지금 내 머리카락은 처음 태어났을 때처럼 솜털만 남아 있는데, 왜 피부는 처음 태어났을 때와 다르게 나무껍질처럼 갈라지고 휘어져 있을까?? 내 얼굴에 다양한 서사가 담겨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이 내 주름을 만질 때의 손길은 역사의 책장을 넘기듯 조심스럽고 섬세하다. 어쩌면 전립선 문제로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 게, 아기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
나는 정략결혼을 했다. 그때 당시 결혼은 매우 당연한 것이었기에 부모님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혼은 괜찮지만 결혼식은 부끄러워서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이 생각이 변치 않았다!! 그래서 나의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와 손녀의 결혼식을 앞두고 같은 질문을 던졌다. "결혼은 좋다!! 하지만 결혼식이 부끄럽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이상한 시선 뿐이었다. 이녀석들 결혼식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
차마 내 입으로 말할 수 없으니 그들의 선택을 존중했다. 그리고 나는 매번 결혼식장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감동 받아서 눈물을 감추는 것으로 오해했지만 아니다! 부끄러워서 그런 것이다!
대략 80년 전 나는 부모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솔직하게 고백했다.
"아버님, 어머님 결혼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은 부끄럽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곰방대를 던지며 "뭐라고!? 이눔아!? 결혼식이 부끄러우면 자식은 어떻게 낳고 기를거냐!?"
우리 어머니도 아버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들, 결혼식은 평생에 한 번 뿐인 귀한 것이다. 자랑스러운 것이다!"
역시.. 조선시대 사람들은 말이 안 통하는구나..!! 결국 나는 포기하고 결혼식을 하기로 결정했다.
결혼식을 하는 그 날, 나는 부끄러웠다. 결혼식은 온 세상을 향해, "우리는 오늘부터 매일밤 그걸할거야!" 라고 소리치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부터 시작해, 옆집 아저씨와 죽마고우까지 그들 모두 앞에서 우리는 합법적으로 매일 밤 그걸 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는 것은 선언하는 꼴이다!!
신랑과 신부가 서로를 바라보는 서약은 '우린 매일 밤마다 지진을 일으킬테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눈물을 닦는 걸 보니 내가 더 죄송스럽다!!
요즘은 결혼식을 할 때 신부가 부케를 던지던데, 이는 마치 "당신도 매일 밤마다 지진을 일으키세요!!"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웨딩 케이크를 자르는 순간은 오'늘 밤부터 우리의 순결도 이렇게 잘라낼 것입니다~ " 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하객들은 환호하지만 실은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있을 것이다. "오늘 밤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우리는 다 알고 있지!"
결혼식이 끝나고 한 달 즈음이 지났을 대 친구들은 물어본다. "결혼 생활은 어떠냐?" 이 질문의 숨은 뜻은??? 그렇다!!! "요즘도 매일 밤마다 하고 있냐?"와 같은 것이다!
우리 손자는 신혼여행을 이탈리아 피렌체로 갔다. 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하지만 아직도 궁금하다! "어차피 밖에 나올 일이 없을 텐데, 왜 굳이 이탈리아로 가느냐? 공기 좋고 물도 맑은 설악산으로 가지."
결혼식은 사랑의 서약이 아니다! 사랑의 서약은 결혼을 약속하는 프로포즈할 때나 하는 것이다!! 결혼식은 매일 밤마다 무엇을 할 것인기 공개하는 이벤트와 다를 게 없다! 그래서 나는 결혼식 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80년 전 결혼식을 생각할 때마다 부끄럽다! 부끄러워! 부끄럽다!! 부끄러워!!!
그만큼 결혼식 하객은 정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 사람들은 결혼식을 하나의 사업처럼 여기고 있다. 하긴 요즘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밥상을 공유하고, 방구석까지 보여주니 이정도는 부끄럽지 않겠지!!
그렇다면!! 최진석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 그래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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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윤미정님의 댓글
윤미정 아이피 (112.♡.201.116) 작성일 Date오 102살이라서 그런지 교수님이 존댓말로 대답해 주시네요 저는 반말로 하던데.....
신기님의 댓글
신기 아이피 (106.♡.11.103) 작성일 Date저는 결혼식을 하는 당사자들을 보면서 한번도 성관계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고, 결혼생활에 대해 지인들에게 물어볼때도 성관계를 염두에두고 물어본적이 없어서, 사람에따라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신기했습니다. 항상 올려주시는 글 재밌게 잘 읽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