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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격이 곧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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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반성왕 김밥맨 (123.♡.33.101)
    댓글 댓글 2건   조회Hit 1,375회   작성일Date 24-10-18 05:49

    본문

    잠시 생각이 많아져 여러 사람들과 전화하며 시간을 보내는, 나답지 못한 시간을 가졌다. 짧게 10분, 길게 2시간 가량 떠들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인격이 곧 실력이다." 였다. 전화할 때 기대한 부분은 내가 갖고 있던 기존의 믿음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을 전의 기대일지도 모른다. 독서는 기존의 공고한 믿음이 무너지고 새로운 체계로 형성되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연속적으로 건강하게 이루어지면 유연하고 공고한 인격이 형성된다.

    예를 들어, 톨 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가 바람피는 여자가 나쁜 사람이라는 공고한 믿음을 완전히 박살내준다. 물론 그녀는 처음부터 바람을 피지 않는다. 멋진 남편과 잘생긴 아들을 두고 있는 그녀는 오빠가 바람 핀다는 소식을 듣고 설득하기 위해 기차 여행까지 갈 정도로 도덕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이야기의 흐름을 들여다 보면, '너라면 바람 펴도 좋다.' 같은 생각이 나타나게 된다. 여기서 오바와 비약을 하자면, 안나 카레리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간통죄 폐지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유연하고 공고한 인격의 형성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독립적 사고 능력이다. 이는 근대를 연 르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서 볼 수 있다. 


    "양식은 세상에서 가장 잘 분배되어 있다. 실제로 누구나 자신이 양식을 아주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것에 쉽사리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양식만큼은 자신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곤 한다. 이 점에서 모두의 생각은 잘못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것은 잘 판단하고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 즉 사람들이 올바르게 양식 혹은 이성이라 부르는 능력이 모든 인간에게 자연적으로 동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방법서설, 휴머니스트 출판사


    이는 방법서설 첫 페이지에 나오는 문장이니 온라인 서점 미리보기를 통해서 누구나 볼 수 있다. 위 글에서 '양식'이라는 표현이 낯설게 다가오지만 '양식'을 '지혜'로 바꾸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로 지혜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있으며 각자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 다시 말해 방법서설은 개인이 자신의 이성을 신뢰하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한다. 어쩌면 이는 종교가 갖고 있떤 권위에 도전함과 동시에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적 사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일 지도 모른다.


    전화를 끊고 잠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우리는 독립적 사고가 아닌, 도덕적 사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인격이 곧 실력이다' 라는 말처럼,, 인격이 부족하여 실력도 부족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인격과 실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일단 여러 문학 속에서 비중있게 그려지는, 부도덕하지만 독립적으로 다가오는 존재들부터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경기도교육청의 성유해 도서 지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청소년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은 좋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 유해한지에 대한 주관적인 기준이 강요되는 것이 옳은가? 이 또한 도덕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 아닌가. 청소년들이 독립적이고 주도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려면, 일단 스스로 정보를 선택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먼저다. 그러니 성유해 도서 지정보다 연령에 적합한 유연한 성교육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르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은 1600년대에 등장했는데 왜 우리의 2024년은 독립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가. 인격 부족일 지도 모른다.



    난 지금 빼쉐 파스타를 먹고 있다. 나는 매운맛을 선택했을 뿐이데, 인생의 매운맛을 보고 있다. 난 매운 음식을 선택했을 뿐이지, 고문을 선택한 게 아니다. 

    내가 왜 돈을 주고 이른 아침부터 이런 고문을 당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 다 내 잘못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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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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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님의 댓글

    이창훈 아이피 (211.♡.4.136) 작성일 Date

    톨스토이와 데카르트를 재료로 사용하는 실력이시니
    "인격이 곧 실력이다"라는 누군가의 말에 붙들리지 말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인격으로 거듭나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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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쿠쿠님의 댓글의 댓글

    쿠쿠쿠 아이피 (123.♡.33.101) 작성일 Date

    이게 독립적으로 사고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