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리끼리 놀고 자빠졌네
페이지 정보
본문
오랜만에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났다. 아마 2~3년 만인 것 같다. 명절 때 보낸 소고기 선물 세트가 유일한 안부인사였다. 우리의 관계는 과거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었을 뿐, 지금의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 친구는 전자기기와 자동차를 사랑한다. 직접 RC카를 만드는 걸 시작으로 기아차의 K3부터 K5, K7, BMW 1시리즈, 3시리즈 그리고 벤츠 E클래스 고성능 차량을 타다가 전손 사고가 발생해서 BMW 5시리즈로 정착했다. 자동차 실내는 온갖 전자기기로 튜닝을 해놓았다. 룸머리는 블랙박스 기능이 갖춰진 디스플레이, 터치스크린 대시보드로 바꿔놓았고, 엠비언트 무드등을 따로 커스터마이징하여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뒤이어 최근에 산 전자기기를 이야기하며, 그것으로 일도 하고 게임도 하고 뭐든지 할 수 있어 신기했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나에게 자동차는 그저 빠른 신발에 불과하다. 현재 절판되어 중고책 값이 비싼 책들을 읽으러 먼 도서관으로 편하게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전자기기는 내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일 뿐이며, 최근에 산 전자기기는 아마 스마트폰 정도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지루하게 과거 추억팔이를 해야 하는걸까? 하지만 이상한 곳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밥을 먹다 친구는 나에게 요즘 어디에 투자하는지 물었다. 나는 2024년 초에 배당금을 많이 주는 일본 노무라 그룹의 ETF에 투자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왜 미국의 S&P500이 아니라 그곳에 투자했는지 물었다.
내가 생각한 이유는 일본의 NISA 개편, 주식 보다 나은 ETF의 접근성,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성향, 그리고 일본 주요 기업들 중 50%를 살짝 웃도는 수준으로 하반기에 엔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사업 계획을 세웠다는 점.
뒤이어 나는 "왜" 라는 질문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친구는 놀란 듯이 말했다. 친구 또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할 때, 늘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이 연구를 왜 하는지, 그 결과로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어디를 보완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없는데,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나는 문득 깨달았다. 좋아하는 것도 현재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지 않았다는 것.
이래서 끼리끼리 노는 게 아닐까.
- 이전글'신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연설문 과제 (2023.10.28) 24.10.06
- 다음글선장의 눈 24.10.05
댓글목록
이창훈님의 댓글
이창훈 아이피 (211.♡.4.136) 작성일 Date
https://nwna.or.kr/bbs/board.php?bo_table=free&wr_id=2039&page=1
위 게시물 경민님의 댓글에 등장하는 '신선생님'과 경민님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끼리끼리인가 봅니다.
경민이님의 댓글의 댓글
경민이 아이피 (123.♡.33.101) 작성일 Date
끼리끼리라뇨.
신 선생님은 공직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하신 분인데요.
신 선생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엮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