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로그인
  • 참여
  • 자유게시판
  • 참여

    자유게시판

    남인과 북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한상도 (1.♡.46.95)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6,701회   작성일Date 23-02-05 23:22

    본문

    한 행성에 두 나라가 있었다. 위도상으로 분리된 두 나라는 남국과 북국으로 불렸다. 그리고 각 나라 사람들을 남인과 북인이라고 불렀다.

    날씨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남인과 북인은 성향이 명확히 달랐다. 남인은 즉흥적이었고 북인은 냉철했다. 남인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덤벼들었고 북인은 납득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 남인은 자기들을 '호전적'이라고 불렀고, 북인은 자기들을 '합리적'이라고 불렀다.

    씨름이라는 운동 종목을 두고도 남인과 북인은 다르게 대했다. 남인은 보통 웃통을 벗고 씨름을 하기 위해 씨름판에 오르려고 했다. 북인은 씨름이라는 종목을 분석하고, 좋은 씨름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해 해설하고자 했다. 남국에는 씨름선수가 넘쳐났고, 북국에는 씨름해설사가 넘쳐났다.

    씨름대회의 상금은 전부 남인이 가져가고, 씨름스타도 대개 남인이었다. 씨름 해설사는 보통 북인이었고, 씨름 평론가들 또한 북인이었다.

    씨름 상금이 워낙 크다보니 남국에서는 우승을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항상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고, 체계적인 훈련방법도 필요했다. 경기력 상승을 위한 과학적 훈련 방법도 자연스레 발달했다. 북국에서는 새로운 훈련 방법이 나타날때마다 이를 분석하고 정리했다. 그들은 남국에서 새로운 훈련법이 나올 때마다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바둑이 유행할때도 마찬가지였다. 바둑판 위로 뛰어드는 바둑선수들은 대개 남인이었고, 해설사는 북인이었다. 남인들은 치열하게 경기하고 새로운 전략전술을 위해 머리를 싸맸다. 이전까지 본 적 없던 '신의 한 수'는 늘 남인들의 바둑판 위에서 나왔다. 북국에서는 이를 감탄하고, 분석하고, 해설했다.

    바둑 최강자 양성을 꿈꾸던 남국은 결국 인공지능 바둑시스템을 개발하였고, 과학적으로 바둑을 분석할 수 있는 힘도 가지게 되었다. 북국은 남국의 기술력에 감탄하며, 남국으로부터 바둑 시스템을 구매하고, 이를 바둑해설에 활용하였다. 그러나 이를 과학적 분석 도구로 활용하는 법은 알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종말의 위기가 찾아왔다. 기온은 상승하고 생태계는 파괴되어 더 이상 남국과 북국은 생명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여전히 남인과 북인은 태도가 달랐다.

    남인은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기 위해 우주선을 만들고자 했다. 북인은 행성을 떠나는 것이 나을지, 남아서 활로를 찾는 것이 나을지를 논의했다. 특히 북인들은 남인들의 우주선을 만드는 것에 대해 논쟁하기를 즐겼다.

    남인들이 개발하는 우주선은 수없이 많은 실패를 거듭했고, 북인들은 남인들의 실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비합리적인 사람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시간은 흘러 남인들은 우주선을 타고 행성을 떠났다. 북인들은 남인들이 다른행성을 찾았는지, 과연 성공했는지 궁금했지만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남인들이 떠난 행성에 남아 그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또 분석했다.
    추천3 비추천0

    댓글목록

    profile_image

    정보경님의 댓글

    정보경 아이피 (122.♡.51.54) 작성일 Date

    분열, 실행의 중요성, 균형 등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글 나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