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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이 된다는 건, 보편성을 개척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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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노경민 (223.♡.210.44)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462회   작성일Date 23-04-10 13:18

    본문

    이번 주는 각자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실은 익숙한 최진석 교수님의 목소리가 아닌 학생들의 목소리로 채워져 있어 낯설었습니다. 마치 최진석 교수님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이게 기본학교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아닐까 합니다.
    이 그림은 기본학교 학생들이 나 자신 또는 타인 그리고 사회를 인식하는 것에만 멈추지 않고 실천하려 할 때, 개방된 소통과 창의성을 발현시키고자 움직일 때 교육자가 사라지는 풍경에 가깝습니다. 이는 걸을 수 있는 아이를 더 이상 안아주지 않고 손을 잡아주며 혼자 걷는 자유를 선물하는 부모님의 마음과 가깝습니다.

    같은 주제로 발표를 했지만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내면에서 새로운 현상 또는 발견한 것을 발표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그동안의 수업 내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였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동안 자신에게 발생한 현상 또는 해석을 엮어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이란 다짐을 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동안 자기 자신을 향한 비판 그리고 평를 하는 등 다양했습니다.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를 했는데요. 저는 15분이란 제한된 시간 내에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을 정확하고 알기 쉽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 물론 실패함)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최진석 교수님을 넘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빈손으로 갔는데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만의 요상한 생각을 전달하려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15분 분량으로 준비한 게 분명한데, 듬성 듬성 빼먹는 바람에 10분 만에 끝나버렸거든요.
    다시 생각해보면 생각을 탄탄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집에 와서 잠시 복기해봤는데요. 제가 1분 동안 막힘없이 말을 하면 적어도 300자 정도가 되었습니다. 최진석 교수님의 어느 강연을 보았는데요. 교수님께서는 15분이란 시간 동안 약 3,300~3,500자 정도의 말을 뱉으셨습니다. 교수님이 아닌, 저처럼 듬성듬성 빼먹는 멍충이가 15분 동안 쉬지 않고 떠들려면 적어도 4,000자 정도의 원고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발표 후 우울(Post Presentation Depression) 이란 개념을 어디서 주워 들었지만, 경험해볼 일이 없었거든요. 다양한 개념과 지식들을 단순 읽고 듣는 것에 접하는 걸 넘어 피부로 직접 느끼니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개념을 책으로만 접하면 발표 실패로 인한 좌절에 휩싸이는 상황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까, 불만족스러웠던 기억은 나를 혼돈으로 밀어넣는 게 아닌, 다음에 마주하게 될 기회를 살리기 위한 전환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둑을 둘 때 훈수는 9단인데 실력은 9급인 상황을 자주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내가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옆에서 지켜보는 타인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기본학교 학생을 포함한 최진석 교수님께서는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하여 부족한 부분을 짚어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좋은 부분들을 짚어주려 했습니다. 3번의 삼진 아웃은 눈을 감아주고 한 번의 안타에 박수 쳐주는 따뜻한 풍경이었습니다. 제가 발표 후 우울(Post Presentation Depression)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겠쬬.

    저보다 약 815,195,562,298배 정도 똑똑한 어떤 학생은 “내 생각을 왜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야 하는가? 나 혼자 품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기본학교 4기를 준비하려는 분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교적 멍청한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발표하는 시간은 기본학교를 통하여 배우거나 느낀 나만의 고유한 생각을 보편적인 언어로 번역하는 방법 또는 경험해보는 시간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보편성’이란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정의를 내리기 어렵죠.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편성’의 의미는 ‘누구에게나 그렇다’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보편적인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서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보려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집단인 사회를 생각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만의 고유한 생각을 보편적인 언어로 번역하려면 사회를 한 번 쯤은 바라봐야 합니다.
    내가 품고 있는 이상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보편적인 언어로 다시 번역하려는 움직임, 사회로 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성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닌, 고유한 주체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보편성이란 각자에게서 출발된 고유한 주체성 중에 가장 빛나는 것들끼리 얽혀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빛나는 존재가 되려면, 이상한 생각을 나 혼자 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편을 새롭게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유한 생각을 보편으로 전환시키는 첫 시작은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최진석 교수님께서 모든 질문이 좋다고 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평소 함평에 갈 때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삼겹살과 소맥을 배터지게 먹으니 잠이 솔솔 오더군요. 이걸 졸업식을 앞두고 나서야 알게 되어 참 아쉽습니다. 등산을 할 때도 잠깐 달려가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번에 발표할 때 뿐만 아니라 등산을 할 때도 제 한계를 몸으로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 운동 열심히 해야지!! 고봉산아 !! 넌 뒤졌다!!!!

    제가 누린 6개월이란 짧은 시간은 새말새몸짓에 후원해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절대 누리지 못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삼겹살도 배터지게 먹지 못했겠죠 !! 삼걉살 짱!!!! 만약 기본학교가 아니었다면 오늘 점심에 뭘 박살낼까 고민하느라 위와 같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 것입니다.
    교수님의 수업을 더 제대로 흡수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네요.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랴도 감사합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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