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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6] 짧고 간결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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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깔깔석사 과묵이 (223.♡.215.228)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325회   작성일Date 23-05-22 12:59

    본문

    <지원한 이유, 에세이, 면접 후기>
    기본학교에 지원한 이유는 순수 호기심이었습니다.
    저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시작으로 최진석 교수님의 책을 거의 다 찾아서 봤습니다. 교수님의 생각은 워낙 강력해서 제 생각의 뿌리까지 뒤집어 더 크게 확장시켜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평소 손길이 가지 않았던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최진석 교수님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죠.

    최진석 교수님의 글 중 가장 재미있었던 걸 꼽자면, 전북일보에 올라왔던 ‘새 말, 새 몸짓’이란 연재 칼럼이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2019년이 시작되었지만, 저는 한동안 교수님을 잊고 있는 바람에 뒤늦게 발견하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긴 시간이 흐른 뒤, ‘최진석 교수님의 재미있는 글이 또 올라왔을까~?’ 하고 검색을 하다 마감이 1~2일 정도 남은 기본학교 3기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교수님을 만나 뵐 수 있단 설렘이 커서 급히 움직였습니다.
    제가 쓴 기본학교 지원 동기는 ‘재미있어 보인다.’ 였습니다. 성의 없이 쓴 것 같아 탈락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게 2차 시험의기회를 얻었습니다. 2차 에세이 주제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논하는 거였습니다. 저는 초등학생도 다룰 정도로 매우 식상한 정치 종교화로 꼽았는데, 운이 좋게도 면접 기회를 얻었습니다.

    제가 있었던 면접장에서의 토론 주제는 ‘동물도 창의성이 있는가?’ 였습니다. 최진석 교수님의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모두 아시겠지만, 동물에겐 창의성이 없습니다. 저는 이미 최진석 교수님의 책과 수많은 글들을 읽었기 때문에 족보를 쥐고 면접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답변 기회가 다가왔을 때 갑자기 청개구리 심뽀가 발동했습니다. ‘옛날에 최진석 교수님의 글을 달달 읽고 따르며 살았는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반기를 둘 수 있을까?’
    그래서 저는 동물도 창의성이 있다는 억지 논리를 세워 우겼습니다.
    그다음은 정도(程度)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저는 블라디미르 나브코프의 <롤리타>와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를 비교하여, 정도(程度)를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이 질문은 최진석 교수님께서 저를 향해 갑작스럽게 던지셨습니다. 때문에 저는 정리되지 않은 난잡한 논리로 박박 우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1차 에세이, 2차 에세이 그리고 3차 면접이란 과정을 거치면서 멍청한 제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엄청 아니 ㅈㄴ 부끄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학교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네여. 저는 이 모든 과정이 한 끗 차이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더 감사한 마음을 품고 일정을 보냈습니다.


    <기본학교 후기>

    기본학교 동지들의 태도에서도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최진석 교수님은 종종 기본학교 학생들에게 좋은 씨알을 품을 수 있도록 노력하셨는데요. 이 씨알을 그대로 품은 몇몇의 동지들은 교수님의 말을 따라 그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저 또한 긍정적인 기운을 가득 받았습니다.
    최진석 교수님께서 우리에게 심어주려 한 씨알의 성격은 황당함과 몸부림이었습니다. 다시 풀어서 말하자면, 세계를 향해 몸부림을 치되, 익숙한 곳이 아닌 황당한 곳으로 향하는 모험가의 씨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기본학교 동지는 교수님의 입 밖으로 나온 걸 바로 접하기 위해 그림을 배우고 요가를 배울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또 다른 동지는 교수님이 하신 말씀처럼 자잘한 삶이 아닌 자기만의 신화를 쓰고자 대범하게 행동하여 좋은 결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두 동지가 최진석 교수님께 건네받은 씨알은 롤랑 바르트란 거인의 씨알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는 <밝은 방>이라는 저서로 사진철학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요. 황당한 점은 그는 사진 전문가가 아닌 사진 문외한에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물론 다른 동지들은 저와 다른 걸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느낀 최진석 교수님이 전해주려 한 씨알은 세상을 인식하여,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용기에 가까웠습니다. 표현 방법은 수학적으로, 시적으로, 논리적으로, 프로그래밍으로, 신체적으로, 음악적으로 등 다양합니다.
    물론 표현을 하려면 그만한 함량이 갖춰져야겠죠. 모차르트라는 천재도 어렸을 때부터 작곡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에마누엘 바흐, 라우파흐 등의 소나타 악장들을 자기 입맛에 맞게 편곡하며, 학습과 모방의 연속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천재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학습의 시간이 비교적 짧았죠.
    최진석 교수님께서도 ‘책은 언제까지 읽어야 하나요?’ 라는 제 질문에 ‘죽을 때까지 읽어야 한다.’고 답해주셨는데요. 모차르트가 요즘처럼 수 많은 음악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그리고 제가 똑같은 질문을 그에게 했다면, 최진석 교수님과 비슷한 답변을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수 많은 콘텐츠들 또한 세계를 인식하여 표현한 결과물입니다. 최근 미디어 콘텐츠에서 볼 수 있는 주제는 사적 제재입니다. 그리고 이 근본은 국가, 제도, 공권력에 대한 불신입니다.
    학교 폭력 피해자를 학교가 아닌 민간이 나서서 지켜주는 이야기, 도로교통 질서를 어긴 오토바이 배달부를 경찰이 아닌 민간이 신고하는 이야기, 법의 테두리 내에서 단죄되지 않는 권력자들을 누군가가 대신 복수해주는 이야기가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이를 보며 통쾌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제도, 공권력, 국가의 한계를 인식하기만 하고 표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길은 없습니다. 우리를 끌고 나가는 것들은 냉철한 인식 너머에 있는 용감하고 황당한 몸부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이란 기술이 제도와 공권력 그리고 국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본학교 커리큘럼에 블록체인이 있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제가 기본학교에서 느낀 재미있는 것들은 적극적인 태도로 배우고 실천하려 한 동지들이 아니었다면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멍청한 저에게 기회를 주신 최진석 교수님과 용기를 심어주신 김재익 사무국장님의 기운도 빼놓을 수 없죠.
    가장 중요한 새말새몸짓에 후원해 주신 분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도 누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쓰고 보니 제목처럼 짧고 간결하지 못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요.
    저는 288,917,991자의 생각을 나름 짧고 간결하게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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