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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체로서 계속 물어나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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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윤경 (119.♡.181.25)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681회   작성일Date 22-11-03 02:42

    본문

    서울역 근처 모임이 있어 잠깐들렀다가 집으로 가는길에
    할로윈 코스튬에 한껏 신나보이는 무리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일렁였다. 나는  언제 저렇게 신나게 놀아봤나 지금이라도 이태원에 가볼까 잠깐 망설이기도 했다.

     다 큰 성인이지만 그날만큼은 귀여워보겠다고 작정했는지 아기상어 코스튬을 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상어인데 엉덩이부터 꼬리가 두갈래로 통통이 갈라지는게 절로 웃음을 자아냈다.

     그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올리며 다소 늦은시간이지만 미소짓기를 바랬다. 그러나 걱정어린 아버지의 문자가 왔다. 설마 이태원이냐며 빨리 집에 오라는 내용이었다.  항상 그렇듯 의례 하는 걱정이라 생각했는데 유튜브 영상에  참으로 기괴한 장면이, 그것도 실시간 뉴스로 올라왔다.

     전쟁통도 아닌데 길가에 사람이 하나도 아니고 우르르 누워 심폐소생술을 받고있었다. 절규하는 시민들과 소방관과 경찰들 의사, 간호사를 찾는 비명의 배경은 클럽음악이었다. 할로윈 코스튬에 진짜 귀신인지 마녀인지 분간이 안가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재난영화도 저렇게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압사사고라니..... 하나도 아니고 저렇게
            많은 사람이 나래비로 누워 cpr이라니.... 살아도 4분이 지
            나면 뇌사 확률이 높아지는데  저기 있는 젊은사람은  다
            몇 명인가 ... 저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뇌사가 된단말인가?
            그러다가 문득 압력에 의해 눌린 갈비뼈에 또 압박을 가하
            다니...순간 눌린 장기들이 뿜어낼 피는 어디로 갈까...'

      상상이 되니 끔찍했다.  저렇게 깔려있던게 지속된거라면 살아도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뭔가에 홀린듯  뉴스속보의  기괴한 영상을 계속해서 보았다. 뉴스는 계속 여과없이 모든걸 보여주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정신없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너무나 비현실적이어서 와닿지도않았다.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난 그걸 보다가 잠들었고  잠들기 전까지 심정지 50 명이던 숫자가 일어나니  사망149로 바뀌어있었다.  내가 자는동안 이태원일대에 모인 내 또래 젊은이들이 영영 잠들어버린것이다.


     어째서 어째서 왜 저런일이 벌어진걸까... 
    이 기괴함에 원인을 찾지않는것이 더 이상하다.
     
      원인을 찾는다고 망자가 살아돌아오진 않겠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 고치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런데  그런 대참사를 보고도 누가그냥 넘길 수 있겠는가...  게다가 우린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 사건을 겪은지 십 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뉴스가 끝난 공익광고에는 압사사고에 대비하기위한 방지책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는 나비자세를 알려주는 내용이 나왔다. 정말 저걸 몰라서 그 많은 화를 당한것일까?
     메르스때 낙타조심하라는 그 문구가 떠올라 화가 치미는 것 같았다. 광고가 아니라 조롱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주체가 없는 행사이니 주최측의 책임도 물을 수 없다며 아주 교묘하게 습관적으로 책임전가하는 태도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침묵을  종용하듯 느껴졌다.  다시 짓눌리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근조리본을 뒤집어 달고,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라는 표현을 쓰라는 정부지침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어째서인가?

     바로 옆이라는 표현이 무색할정도로 "밀착"된 거리의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간 것을 본 사람은 사상자 수의 배  일 것이다.
    복상사 외에  그런 죽음이 또 있던가?  그 정도로 희박한 일이 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피로 아로새겨졌을 것이다.
      이 모든  슬픔과 충격 그리고 절망은 모두 개인의 책임이란 말인가?  한두사람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 아니다.  수백명이 깔리고 사고를 당했다. 전조현상이 없었을까?

     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며 뭐라도 하지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도 정치도 세월호 이후 또 대통령 탄핵 이후 변함이 없다.

     나는 기본학교에 입학원서를 쓰며 세월호사건이 나에게 미친 무기력함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다시 무력 해질 순 없는 일이다.


    그날 이태원에서 사고를 당한 대다수의 국민의 나이대는 10대 후반 20대 중반으로, 세월호 코로나 등으로 학교생활부터 많은 일상을 그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은 세대이다. 그 세대에게 국가란 무엇으로 다가올까?  국가는 그들에게 무엇인가?

    자유를 그리도 강조하면서 자유를 보장하고 인정해준 적이 있던가?

    내가 가장 격노한 부분은 주체자가 없으니 책임자도 없다는 정부관료의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있고
    선출된 권력에게 그 주권행사권한을 위임 할 뿐이다.

    국민은 국가를 구성하고, 국가 운영에대한 세금을 내고, 그 안전을 보장받는 것 역시 당연한 권리이다.


     다음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 법4조 의 내용이다.

                "국가와 지자체는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 생명, 신체를 보호할 [책무]를 지닌다"

     슬픔은 차치하고,

     주체가 없다니
     당신은 누구의 돈으로 봉급을 받는가?
     누구의 힘을 대신하여 봉사하는가?
     제정신인가?
     그 발언의 배경은 무엇인가?


    이 해괴한 상황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한지 사흘째 되는날이다.
     
    여전히 말같지도 않은 말들이 나돌고 있다.
     
    그래서 며칠간 이 참사를 다각도로  해석해보고자 한다.


    그저 무탈한 것이 기적같이 느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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