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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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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39.♡.28.63)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789회   작성일Date 23-02-19 17:28

    본문

    예지는 모범생이다. 그녀는 늘 착실하고 성실했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바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예지의 부모님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이었다. 직업적 성취 뿐 아니라, 주변인들을 배려하는 태도로 존경을 받았다.

    수민이는 왈가닥이다. 그녀는 말썽꾸러기로 유명했다. 어른들 말은 듣지 않았고,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곤 했다. 수민이의 부모님은 그런 수민이를 내버려 두었다.

    예지는 늘 부모님께 '타인을 배려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예지는 늘 타인의 기분과 욕구를 예민하게 관찰했고, 예지를 대하는 사람들은 예지의 사려깊은 태도에 감명받았다.

    수민이는 부모님으로부터 딱히 들은 말이 없었다. 예지에 비해 수민이는 타인의 욕구에 둔했고,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에만 예민했다. 수민이는 예지에 비해 확실히 인기가 없었다.

    예지와 수민이는 중학교 2학년때 같은 반에 배정되었다. 우연히 짝이 된 둘은 서로를 경험하게 되는데, 예상 외로 둘은 죽이 척척 맞았다. 예지는 저돌적인 수민이가 좋았고, 수민이는 친절하고 자상한 예지가 좋았다.

    그러나 좋았던 시절도 잠시, 예지와 수민이는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예지는 수민이가 너무 제멋대로이기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자기를 배려해주지 않는 수민이가 미울 때도 있었다. 수민이는 예지가 너무 답답했다. 혼자 끙끙 앓는 예지를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지는 그런 수민이를 보며 더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수민이의 마음이 어떨지, 어떻게 하면 수민이가 편하게 지낼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수민이는 어떻게 하면 자기가 더 편해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예지를 이해하면 자기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 늘 예지를 관찰했다.

    시간은 흐르고, 예지는 수민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수민이가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해줌으로서 수민이와의 관계를 유지했다. 수민이는 예지가 타인의 욕구에 예민하다는 것을 깨닫고, 예지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다. 수민이는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 않았지만, 예지에 대한 흥미는 사라졌다.

    예지는 남은 2학년 생활을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어 안심했다. 수민이는 어떻게 하면 예지와 반대되는 삶을 살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예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인기쟁이였지만, 수민이에게 예지는 너무나 멋없는 사람이었다.

    세월이 흘러, 예지와 수민이는 40살이 되었다. 예지는 자상한 남자와 결혼했고, 슬하에 아이 셋을 두었다. 예지는 좋은 아내이자 따뜻한 엄마였다. 수민이는 우주인이 되었다. 그녀에게는 남편도, 아이도 없었다. 한 번의 이혼을 경험하고 나니 더 이상 결혼에는 미련이 없었다.

    예지는 가정을 꾸리는 일에 최선을 다했고,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수민이는 화성에 인류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전념했다. 그녀는 우주선에 탑승할 4인 중 한명에 선정되었고, 매일같이 훈련을 거듭했다.

    1년 뒤, 수민이가 탄 우주선은 공중에서 폭발했다. 대기권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엔진에 균열이 생긴 모양이었다. 가족도, 친구도 없었던 수민이의 죽음을 기억해 줄 사람은 없었다. 항공우주연구소의 사망자 기록으로만 남았다. 기록에 함께 남은 그녀의 유언은 '최수민, 다녀갑니다' 였다.

    50년이 흐르고, 예지는 노환으로 사망했다. 예지의 장례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모두 한마음으로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다. 예지의 남편이 전달한 그녀의 유언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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