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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과 낙지라면 그리고 춘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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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노경민 (223.♡.180.194)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834회   작성일Date 23-02-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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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는 오랜만에 최진석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바닥에 눕는다면 최소 10시간을 잘 수 있을 정도로 피곤한 상태였는데요. 그런데 수업을 듣는 동안 눈이 뻑뻑해져 아프기만 할 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교수님의 수업이 재미있어서 그런지, 제가 먹은 간식에 각성제가 묻었는지 모르겠지만 수업을 맨정신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수업을 통해 느낀 점은 구체적인 현실을 추상화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추상은 시선의 높이를 높여주지만, 추상에만 매몰되면 현실을 잊게 만들거든요. 그래서 추상을 제대로 하려면, 구체적인 현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공직자에게 20만 원 상품권을 선물로 받는 것은 뇌물이 될 수 있어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20만 원에 가까운 펩시콜라 20박스를 선물로 받는 것은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펩시 20박스는 돈의 추상성이 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지나치게 추상화된 것만 보면 구체적인 현실을 망각하게 만들 수 있으니 구체적인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철학 이야기를 하면, 추상적인 이론으로 다가와 뜬 구름 잡는 소리처럼 다가올 때가 많은데요. 그런데 구체적인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철학을 들여가 보면, 추상적인 이론이 아닌 빠르게 움직이는 세계의 흐름을 포착할 수 있는 도구로 다가옵니다.
    추상적인 사고만 하면 시선의 높이가 높다는 착각에 빠지지만, 구체적인 현실까지 들여다 보고 이해한 다음 추상화 할 수 있다면, 두터운 시선으로 탄탄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를 ‘철학한다’ 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저는 바보라서 어려울 것 같네요. 

    이번주는 감사한 새말새몸짓 후원자 중 한 분인 양향자 국회의원님과 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낙지라면으로 유명한 함평 신흥상회에서 낙지 탕탕이, 낙지 초무침, 낙지 라면을 사주셨습니다.

    양향자 국회의원님과의 함께한 시간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진짜진짜 먹고 싶었던 낙지 라면을 사주셔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절대 아닙키다.
    새벽 5시 반에 만나 산을 오르고 낙지라면을 먹을 때까지 양향자 의원님의 머리와 옷매무새는 흐트러짐이 없었어요. 산을 오르며 마주치는 강한 바람과 쏟아지는 땀으로부터 머리가 망가질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마 엄청 좋은 샴푸를 쓰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샴푸를 쓰시는지 묻고 싶었는데요. 최진석 교수님께서 창피하게 여기실 것 같아 꾹 참았습니다.

    양향자 의원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과 삶의 루틴을 들으며, 잠시 춘향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양향자 의원님과 춘향이의 이름에 ‘향’이 들어간 것 때문에 이런 유치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춘향전은 숙종 시절의 설화이기 때문에 실존하는 인물은 아닌데요. 그런데 전라북도 남원에는 춘향이 사당과 춘향이 묘까지 있습니다.
    춘향이는 실존 인물이 아니기 춘향이 묘는 텅 비어있겠죠. 그런데 거기엔 만고열녀성춘향지묘’ 란 문구가 있는데요. 그만큼 춘향이가 품은 정조와 지조, 절재라는 일편단심의 가치를 중요히 여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요즘 사회에 지조, 정조 같은 말을 하면 조선시대에서 온 꼰대 취급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불신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이라면 춘향이의 이야기를 새롭게 받아들여 소중히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 중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최하위권에 속하는데요. 이 낮은 신뢰도는 사법 고발 낭비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사회를 향한 신뢰를 격하시켜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믿음, 신뢰는 공고해 보이는 단어지만, 현실은 언제든지 균열이 발생하여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부실하여, 이 균열을 당연한 것처럼 여길 수밖에 없죠. 이몽룡이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춘향이에게 시중을 들게 한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죠.
    국가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빈약한 신뢰와 믿음을 수호해 주는 존재가 아닐까 싶은데요. 신뢰를 끝까지 수호한 춘향이의 이야기는 불신으로 가득한 대한민국이 새롬게 해석하여 받아들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2월 12일 오전 5시 30분부터 낙지라면을 다 먹을 때까지 양향자 의원님이 보여주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과 꾸준함, 성실함으로 무장하여 신뢰를 수호하는 듯한 모습에서 춘향이의 향기를 잠시 맡을 수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피곤해도 잠이 오지 않는 최진석 교수님의 재미있는 수업, 양향자 국회의원님께서 풍긴 춘향이의 향기, 신박한 낙지라면은 새말새몸짓에 후원해주신 분들이 아니었다면 절대 누리지 못했겠죠.

    이번 주도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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