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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떠난 동지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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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윤경 (118.♡.13.109)
    댓글 댓글 2건   조회Hit 13,086회   작성일Date 23-01-17 23:08

    본문

    어제 낮 비보를 보고 슬픔을 금치 못하여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이동하던 차에서 서신을 읽고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믿기지않고, 언제나 기본학교에 그가 있을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2기 면접날에도, 입학식,졸업식에도, 광복절에도  언제나 묵묵히 함께하는 선배가 있어 참 든든했습니다. 

    유경철 동지를 기본학교에서 만난 시간은 약 1년 남짓 합니다.
    우직하게 건너가는 모습이 기대되는 여러 동지 중 한 명이었고, 기본학교의 큰형, 큰오빠 같은 분이었기에 참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의 선행은 참 많아  얘기하자면 아주 아주 길겠지만 그래도  그를 기리며 기억에 남는 몇 가지만 남겨보려 합니다.  마치 제게 그에게 빚진 호의에 값아야 할 채무가 있는 것으로 느껴져 마음이 무겁고 무엇이라도 해야 할 일이 남은 듯 합니다.


    면접 첫날,입학식 모두 까만 기본학교 티셔츠에 단정한 머리의 선배님께서 하얗게 웃으며 반겨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처음 직원이라고생각했는데, 졸업생이시라니 왠지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이 유일무이한 학교의 첫 졸업생들이라니 !! '
      그 모습 그대로 3기 입학식에서도 오셔, 마치 하나의 전통을 만드신 느낌도 들었습니다. 언제나 따스하게  처음 보는 후배들을 맞아주셨고 소리없이 많은 일을 도와주셨습니다. 


    함평에서 광주의 ktx역까지 가는데엔 차로 30분, 대중교통으론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경철님은 본인의 집으로 향하는 방향과 반대의 길일지어도 뒷자석이 미어터져도 함평에서 광주까지 한명이라도 더 태워 편히 가게 해주던 분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들은 뒷자석에서 새벽산행으로 모자란 잠을 채우며 기차역으로 안전하게 향할 수 있었습니다. 무언가 보답하려는 동지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면 충분하다던 그의 선한 인사가 기억납니다.  그런 그에게 잎새주라도 챙겨가시라며 뒷풀이 후 남은 술 한 병을 두고 내린것이 제가 남긴 감사한 마음의 유일한 보답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젠가부터 기본학교에선 일출등산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제가 참여한 몇 번의 새벽등산 때마다 그는 새벽에 호접몽가에 와 계셨습니다. 수업에 오지않더라도 꼭 산행은 함께하는 듯 했습니다. 어둑한 산행길에선  뒤쳐지는 이에게 불 밝혀 주고  앞선 이는  길 잃지않도록 안내해  앞뒤를 오가며 길을 살펴주며 뛰어다니신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분명 앞에 가신 듯 했는데 어느새 근처에서 뒤쳐지는 이들의 안전을 확보하시며 길을 내어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꼴지로 올라가는 저 역시 경철님이 산행길에 함께하면 안심이 되었습니다. 저는 엄살쟁이에 항상 후발대를 도맡아 감히 상상도 못할 역할이었습니다.  그저 자발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기본학교의 정신이 되기도했고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아스팔트 길에서도 넘어지는 저인데 덕분에 고산봉은 부상 한 번 없이 잘 오르내렸습니다. 몇몇 동지들 그리고 경철님이 안계셨다면 저는 몇 번 부상의 위기를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2기졸업식 뒤풀이동안 졸업생들과 모여 어떤 마음으로  기본학교에 입학하게되었으며  또 어떻게 살아가고싶은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제가 참 좋아하는 기본학교 수련과정이 끝나던 것이 너무도 섭섭하던 차였습니다. 계속 질척이며 하산하고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때 경철님이 먼저 졸업한 사람으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던 것이 저에겐 참 많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뜻과 같은 교수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이렇게 산을 같이 오르는 것이 졸업 후에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그래서 오히려 더 좋다는 이야기 하셨습니다.    삶의 깊은 애정과 통찰을 나눌 수 있는  동지와 어깨를 겨누게 된 것 같아 졸업식이 조금은 덜 아쉬워지는 날이었습니다. 기본학교를 졸업하고도 저런 마음가짐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참 본보기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는 일선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있어  교장선생님도 참 든든하시겠단 생각도 스쳤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뵌 것이 2022 송년회때입니다.  1,2,3기 모두 모여  먼저 하산하는 어린 동지에게 귀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경철님은 조심스레 조심(操心)의 한자가 무엇으로 구성되어있는지 설명하며 , 하산하는 동지가 나아가는 속도가 빨라지더라도  마음을 함부로 놓지않는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닌 진정한 조심의 태도를 지니는 것을 염두하라는 의미있는 말씀도 해 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호접몽가의 와인고를 열어주시며 모두들 술을 한모금씩 들이키며  한 얘기라 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저는 그날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모르고 벽에 붙어있던 경철님의 사진을 모아 다음에 전해드릴 날을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전해드리며 그때 그 의미를 정확히 물어보는것을 서로의  말안주 삼아 보관 해 둔 것 입니다.  반드시 다음이 기약되어있고, 언제나처럼 기본학교 행사때 뵐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것이 쓰면서도 거짓말 같고  너무나 비통합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수업중에 죽음을 언급하시며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살 것인지 아주 자주 말씀하시는데 이것을 이토록  가까이  두고 생각하게 될 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요?  ....

    짧게나마 학우이자 동지로 만난 소회가 이러한데 유가족과 동료의 슬픔은 감히 가늠하지 못하겠습니다.


    4기입학식에도 매번의 입학식처럼 하얗게 미소짓고 계실것만 같습니다.  벌써 그립습니다.


    사랑하는 아드님과 평화속에 영면하시길 .
    추천10 비추천0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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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님의 댓글

    이창훈 아이피 (223.♡.164.95) 작성일 Date

    소식을 확인한 일요일 밤, 그 다음날까지 꿈인듯 지나갔습니다.
    죽음이 온 신경으로 와닿는 감각을 경험했습니다.
    어디에 누구와 가시는지, 무슨 마음으로 떠나시는지 그 목소리를 옆에서 들었기에 더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당신의 삶을 충분히 알지 못하기에 함부로 슬프다고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앞에서 비춰주신 모습들 감사히 기억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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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면우님의 댓글

    이면우 아이피 (39.♡.2.177) 작성일 Date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대구에서 이면우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