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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지대는 없다 -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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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210.♡.149.16)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196회   작성일Date 24-01-17 12:04

    본문

    제3지대는 없다.


    “제3지대는 없다”는 구절이 “제1지대”나 “제2지대”는 제대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쨌든, 한국의 정치는 이미 막장에 이르고 국민은 외통수에 걸렸다. 정치가 제대로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좌우한다. 한국 정치는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했다.


    『다윈의 미완성 교향곡』 83쪽에 이런 대목이 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모든 개체가 서로를 모방할 뿐이고, 그 누구도 최선의 행동이 무엇인지 결정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환경이 변한다면, 예를 들어 새로운 포식자라도 나타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사회가 한계에 이르면, 정치가 막장으로 치닫고, 모든 정치 참여자들은 상호모방에 빠진다. 그동안 우리 정치를 해석해왔던 정확한 표현 하나가 “적대적 공생”이었다. 상호모방에 빠진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있어 보이는가? 노무현 대통령부터 지금까지의 대통령들 사이에 수준 차이가 있어 보이는가?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은 성군으로 취급하고,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은 악마화하지만, 수준 차이 없이 피장파장이라는 것이 진실이다. 이런 피장파장의 지도력 사이에서 나는 딱 하나, 대한민국의 역사를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만 기준으로 삼을 수 있었다.


    “제3”이라는 깃발에는 새로움이라는 의미가 가장 강하다. 상호모방에 빠진 한계 상황에서 “최선의 행동”을 결정하여, 제3의 길로 용맹하게 나아간다면, 그것은 기존의 것들과는 달라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면서도, 같은 방법을 계속 쓰는 사람이 바보”라고 한 아인슈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말로는 뭐라도 할 수 있다.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에 아무 관심 없고, 대한민국 정치를 살리는 데 헌신하겠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 “새 정치를 하겠다.”, “과거와 단절하겠다.” 등등의 선하고 아름다운 다짐들은 한반도의 정치사에 이미 차고 넘친다. 문제는 방법이다. 새 정치하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혐오한다는 바로 그 구시대 정치의 방법을 그대로 쓰면서 가능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우선은 자기기만이다. 비전도 정신도 목적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인데, 광주와 대구가 만나면 시너지 효과가 있으니 함께 하자는 등 먼저 연합하거나 합칠 시도부터 하는 모습은 몇십년 동안 봐왔던 그 행태 그대로다. 제3지대는 없다.


    그들은 “지긋지긋한 양당 체제”이니 “양당 체제를 타파”하겠다고 한다. 양당 체제는 “적대적 공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고해진 지 오래다. 왜 이제야 양당 체제가 지긋지긋해졌을까? 공고한 양당 체제에서 명성을 얻고, 권력을 누렸고, 정치를 시작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양당 체제의 공고한 성 쌓기에 다 각자의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다. 더욱이 양당 체제를 부수겠다고 나온 사람들 가운데 비전이나 이념이 맞지 않아서 뛰쳐나온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냥 끼리끼리 새로 모여서 권력 나눠 먹기에 나서자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무슨 꿈을 꾸는지는 알 수 없다.


    정치 결사체에는 이념(비전)이 가장 중요하다. 20여 년 한국 정치의 혼란은 가장 중요한 비전(이념)이 가장 중요하지 않게 다뤄진 결과다. 오히려 비전(이념)보다도 기능(권력)이 중요하게 다뤄진 것이다. 비전의 지도를 받지 못하면, 사람이나 권력의 지도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치가 성숙하지 못하는데, 지난 20여 년의 정치가 다 그랬다. 지금 돌아가는 형편으로 보면, 제3지대도 구시대적 이합집산을 도모하다가 마지막에 비전(이념)을 만들 것이고, “만들어진 비전”으로 다시 기능정치를 새 정치로 포장하며 세월을 보낼 것이다. 한국의희망을 창당하면서 우리는 창당 진행 순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그것을 자랑삼아 얘기하곤 했다. 기존 정당들의 창당 과정은 우선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인 후, 위계를 정하고,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내놓을 비전을 만든다. 비전이 편의적으로 만들어지는 이런 과정으로는 그동안 해왔던 기능 정치 이상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의희망은 선도국가를 이룬다는 비전을 정하는 데에 시간을 가장 많이 썼고, 그런 다음에 비전에 맞추어 사람을 모으고 조직을 구축하려 했다. 


    1월 15일에 한국의희망 김법정 사무총장, 김진수 대변인, 이고은 사무국장, 이채영 홍보팀장이 탈당했다. 진실한 청춘들은 한국의희망이 스스로 세운 비전을 아랑곳하지 않고, 구태를 서둘러 답습해가며, 비민주적이고 임의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점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 나도 진실한 청춘들을 따를 수밖에 없다. 한국의희망 창당 정신에 동의하여 함께 해주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제3지대가 없다는 뜻은 대한민국 정치의 도약에는 시간이 좀 더 혹은 아주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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