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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곡동 시리즈] 추상적 '개념'의 시대는 끝났다.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설득'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의 문화 세력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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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오준석 (49.♡.246.211)
    댓글 댓글 2건   조회Hit 11,143회   작성일Date 23-10-29 16:13

    본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엔 이에 더하여 나는 놈 위에 총으로 쏴서 떨어뜨리는 놈 도 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의식주를 위한 생산성과 무력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과학'기술이 중요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시기에는 서양이 동양에 비해 나는 놈 이자 총으로 쏴서 떨어뜨리는 놈이었다. 특히 근대까지의 인간사는 싸워서 이겨야 하는 ()의시대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본질론은 자연법칙과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와 활용에 있어서 매우 유효했고 실제로 수많은 혁신과 생산성을 발휘했다. 하지만 본질론은 태생적으로 하나가 진실이라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어야 한다는 견고한 믿음 체계이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구체적 현실 세계의 변수에 대해서 제한된 효용을 가지고 있다. 반면 관계론적 시각의 동양은 수천년 동안 다양한 기질을 가진, 그리고 특정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축적, 기록하고 후대에 계승시켰다. 디지털이라는 생산수단의 혁신으로 과거보다 개인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시대, 관계론적 상황에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고 관계문화에서 살아왔던 동양이 서양을 추월할 수 있는 기회가 도래했다. 21세기는 인간을 상대로 하는 '설득'과 공감 그리고 공존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유한 주체성을 가진 개인, 그리고 이타성을 가진 세력이 싸우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부쟁(不爭)의 시대이기도 하다.

     

    오늘날 우리는 내연기관의 효율이 한계에 다다른 물리적 기술의 한계, 그리고 수십, 수백년전 선각자(철학자를 포함한)들의 이론과 이념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은  다소 정체된 사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아울러 기술의 발전과 평준화로 배고픔과 추위 등 기본적인 생존욕구를 넘어 관계욕구와 성장욕구가 현재와 앞으로의 미래에 중요한 대중적 수요가 될 것이다. 특히 일정수준 이상의 자산과 생산수단을 확보한 사람일수록 누구와 관계하는가, 누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가를 주요한 관심사로 삼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존욕구에서 자유로워진 사람들은 누구와 관계하고 성장하고 싶을까? 바로 매력적이고 이타적인 사람이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나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내가 믿고 존중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관심, 시간, 이라는 개인의 가장 희소한 자원을 내어준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그 사람의 팬임을 자처한다.

     

    대한민국에서 한 개인 혹은 팀으로서 가장 많은 을 가진 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K-Pop Idol이다. 케이팝 아이돌들의 글로벌한 성공에는 여러가지 복합적 요인이 있으나 간단히 요약해보겠다.

     

    첫째, 화려한 스타일과 외모, 그리고 칼 군무로 인간의 심미적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둘째, 유튜브와 각종 스트리밍 기술의 출현으로 지구상 곳곳에서 팬들이 0에 가까운 비용으로 완성도 있는 콘텐츠(MV, 음원 등)를 액세스할 수 있었다.

    셋째, 관계의 문화/국가에서 태어난 그들이 팬들과 온 오프라인에서 압도적인 소통력을 보여주었다(타국가 아이돌에 비해).

     

    첫째와 둘째 요인은 미국이나 일본의 아이돌 그룹들이 오히려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더 큰 자본과 시장(인구, 언어)이 그들에게 존재했지만 결정적 차이는 셋째 요인이 만들었다. 케이팝 아이돌들은 글로벌 팬들에게 그들의 개성과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설득'했고 공감을 얻었다. 관계성과 소통력으로.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한가지 더 있었다. 미국, 일본, 중국의 아이돌 그룹과 달리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데뷔 오래전부터 '합숙'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타국가 그룹들은 출퇴근 연습을 한다고 한다. 이 부분의 의미는 추후 다루고자 한다.

     

    내가 이러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실제로 그 세계를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나는 K-Pop 팬덤과 관련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공동창업했었고 프로젝트의 근간이 되는 백서 2종을 홀로 집필했다.

    한국인만이 아닌 글로벌 고객을 상대로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설계했어야 했기에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유니버셜한 '진리'에 목 말랐었다.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초조해했던 어느 밤, 우연히 EBS현대철학자 노자강의를 유튜브를 통해 접하고 한밤중에 유레카를 외쳤다. 당시 나는 공동창업자중 한명의 아파트에서 합숙하고 있었는데 자다가 깜짝 놀라 뛰쳐나온 그와 환희의 포옹을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립면의 긴장' '유무상생' 이 두 글귀는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팬과 아이돌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던 나의 근심이 일거에 해소되었고 이때부터 백서작성이 술술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나의 '관계'에 대한 탐구생활의 시초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는 관계, 특히 인간들의 관계로 가득 차 있다. 자연의 법칙은 추상적 개념과 이론으로 정의하기 용이하지만 인간이라는 구체적이며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다양한 기질의 변수는 그렇지 않다.

     

    30대의 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큰 영향을 받았다. 군주 혹은 군주가 되고 싶은 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자의 도덕경을 시작으로 동양의 사상과 철학에 관심을 가진 이후의 나는 인간 군상의 통찰과 이해에 있어서 동양의 접근방식과 이해가 서양보다 더 깊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느꼈고 노자, 장자에 대한 탐구에 이어 리쭝우의 후흑학, 렁청진의 '변경'을 접한후에는 그 느낌이 확신이 되었다.

     

    현대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작은 팀 혹은 한 명의 개인도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을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 용이 해졌다. 특히 한계 비용이 낮은 IT, 출판물, 영상물 등의 문화 콘텐츠 영역에서의 생산은 그 파급효과가 무한하다. 누구나 아는 BTS의 예를 들자면 ARMY라는 BTS 팬덤그룹이 글로벌한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BTS의 컨텐츠를 주변인에게 공유하고 BTS가 던지고자 하는 의미를 재해석하고 확대생산하고 있다. 그 어떤 마케팅과 PR보다도 강력한 설득행위가 0의 비용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2018년 내가 포착하고 정의했던 '연결된 팬의 힘'이라는 현상은 지금도 가속화되고 있다.

     

    '연결된 팬의 힘'은 강하다. 그리고 그 힘의 구심점은 결국 매력적인 개인이다. 매력적 개인이 시류에 맞는(이타적) 화두를 던지고 그 메시지에 부합하는 일관적 행동을 할 때 사람들은 감동하고, 공감하고 물심양면으로 지지를 보낸다.

     

    절대적 인구수의 부족, 천연자원의 결핍속에서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다. 그 원동력은 근면하면서도 주체성이 강한 한국인의 기질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2021년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수 대비 수익창출 유튜브 채널의 개수가 종주국인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 1위인 나라다. 또한 대한민국은 집단주의가 아닌 관계주의의 나라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크고 작은 팬덤을 형성하고 확장할 자질이 충분하다. 우스운 예지만 한국은 이 작은 시장을 기반으로 다수의 메이저 네트워크마케팅(다단계)브랜드들의  매출 1~2위의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국민성이 전 세계의 팬들에게 소구하는K-Pop아이돌과 K인플루언들의 출현과 충분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세계는 자신만의 고유한무언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수요자와 연결하고 관계할 수 있는지가 개인과 국가의 생존의 질과 양을 결정할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우리에게는 가장 멀리, 저항없이(비교적으로), 낮은 한계비용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문화의 창시와 고도화가 시급하다.

     

    나는 싸우지 않고, 경쟁하지 않으며 나 자신만의 고유함으로 존재함으로써 의미를 가지라는 노자의 가르침인 부쟁’(不爭)으로부터 위의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의 디지털이라는 생산수단의 혁명이라는 기회이자 변혁기의 수혜자가 몇몇 인기 아이돌 그룹과 K연예인들로 국한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그리고 그 시도에 있어서 신흥 문화세력을 양성하는 기본학교가 멋진 이니셔티브가 되리라 기대한다.

     


    도곡동 서재에서

     

    테드오(오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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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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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증 의심환자님의 댓글

    관음증 의심환자 아이피 (218.♡.110.70) 작성일 Date

    도곡동 서재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 K팝 아이돌 앨범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 같아!! 다음 시리즈 기대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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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준석님의 댓글

    오준석 아이피 (49.♡.246.211) 작성일 Date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케이팝 아이돌은 팬 관점으로 보기보다는 산업, 상품 관점으로 봅니다.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책처방'을 해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