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비판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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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규나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을 향해 비판했다. 한강의 작품들이 역사를 왜곡했다는 게 이유다. 그녀는 올해 수상자가 옌렌커라는 중국 작가에게 돌아갔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걸 보면 책을 정말 많이 읽는 사람임이 틀림 없다. 나는 옌렌커라는 중국 이름을 태어나서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비판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게 딱히 없다. 차라리 한강과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어루만지는 소설을 쓰는 게 우리 사회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녀를 향한 비판을 들여다 보면 단순하다. 그녀는 역사를 도덕적, 서정적인 색으로 칠해놓은 다음 일원주의로 귀결시켰다는 점이다. 사실 역사를 도덕적, 서정적인 색으로 칠해놓은 다음 일원주의로 귀결시키는 건 대한민국 사람들 중에서도 보수주의자들의 거부감을 일으키기 좋다. 이는 우리의 주적!!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밀란 쿤데라의 <배신 당한 유언들>에서 볼 수 있다. 그는 공산주의가 서정주의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공산주의 사회는 서정성으로 미화하고 서정성에 찌든 자신에 열광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진실을 보지 못하고 몽상 속에서 이상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야 말로 구성원과 사회가 서정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예는 2023년 12월 평양에서 열린 전국어머니대회에서 볼 수 있다. 김정은의 연설은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을 강조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 연설을 듣고 있던 북한의 어머니들도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소설가 김규나와 같은 비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학을 쓰는 것은 어렵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가치를 줄다리기 하는 듯한 작품들이 줄지어 나온다면, 우리 대한민국에도 '대문호'라는 타이틀을 가진 자들이 줄지어 등장할 지도 모른다. 민족주의와 자유주의라는 가치를 놓고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했던 러시아의 대문호들처럼 말이다. 19세기 러시아에는 농노제라는 중세의 낡은 제도가 19세기까지 유지되었다. 근대와 중세의 체제가 함께 자리하고 있었기에 사회는 모순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를 지적하는 지식인들이 많았는데 여기에 안톤 체호프, 톨 스토이 등이 있다. 이들은 검열에 저항하여 진실에 닿으려는 작가들이였다. 반대로 전통과 역사, 민족주의적 색체가 강했던 작가는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가 있다. 당시 러시아의 민족주의파, 자유주의파는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아름다운 말로 포장하여 민중을 자기 편으로 끌어당기려는 줄다리기가 계속 이어나갔다. 이런 줄다리기가 있었기에 대문호들이 즐비한 게 아닐까? 물론 이 둘은 정치적 견해가 달랐지만 모럴리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한강을 비판하는 자들은 어떤 작품을 써야 할까? 러시아의 대문호들처럼 다른 가치를 내세운 문학으로 승부하면 된다. 다시 말해, 그녀가 역사를 왜곡했다고 비판하는 것보다 다른 방향으로 역사를 어루만지는 소설을 쓰면 된다. 역사 자체에 사로잡히는 게 아니라, 역사에 허구를 집어넣어 우스꽝스럽게 그려넣는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곳에는 서정성이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말이다. 그리고 역사를 일원적인 가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은 교묘하게 회피하여 다원주의적 가치로 돌려놓아야 한다. 그러면 설교하려는 듯한 모럴리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이 그려질 것이다. 물론 나도 말은 쉽게 했지만 이렇게 쓰는 건 쉽지 않다는 것.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문학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한강을 비판해야 할까? 모럴리즘과 서정성에서 탈피한 책을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란 책도 참 좋다. 하지만 이 두 책은 한강이 보여주었던 모럴리즘적인 색깔이 있다. 그러니 서정성과 모럴리즘에서 탈피한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가 가장 괜찮다. 그러니 한강을 비판하는 것보다 서정성과 모럴리즘에서 탈피한 문학들을 구매하거나 소개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 아닐까. 그래야 새로운 세상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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