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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추천 안 한다고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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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45살 경만이 (123.♡.33.101)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52회   작성일Date 24-11-10 11:13

    본문


    내 나이 45살!! 이제 곧 46살이 될 예쩡이다. 나이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


    책을 추천하는 건 무의미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추천을 해줘도 본인의 취향과 호기심이 닿지 않으면 읽지 않는다!! 책이란 각자의 호기심에 의해 선택되어야 한다. 호기심이야말로 무거운 책장을 넘길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없다면, 책장은 넘어가지 않거나, 넘기더라도 내용이 가슴 속에 남는 일은 드물다. 마치 정적인 발라드 노래를 즐기는 사람에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추천해도 오래 듣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여성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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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평소처럼 대답했다!!

    "책은 자신의 취향과 호기심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호기심을 먼저 들여다 보세요."


    "저는 경만님이 추천해 주시는 책이 보고 싶어요."


    그녀는 황소개구리라도 먹었는지 고집을 부렸다. 평소 같으면 단호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열 번의 소개팅에서 만난 다양한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전 남자친구에게 차인 이유도 털어놓았다. 그녀는 나에게 성의를 보였으니, 나 역시 그에 응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황소개구리를 삼킨 건 나일 지도 모른다!!1111


    그래서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면, 책을 추천하기보다 제가 당신이라면 어떤 책을 고를지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좋아요."

    그녀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역시, 황소개구리를 삼킨 사람은 나였던가.


    난 그녀와 전화를 연결하고, 읽을 만한 책을 하나씩 열거하기 시작했다. 전화를 건 이유는 내가 책을 추천했을 때 그녀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기 위함이었다.



    "그쪽은 영혼을 터치하는 듯한 섬세한 감성이 매력 포인트예요. 제가 당신이라면, 그 매력을 더 강화하고 싶을 거예요. 그래서 릴케의 <***>을 선택할 것 같아요. 또, 대학원 생활과 일을 병행하고 있죠? 어둡고 긴 터널 속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예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품을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샤를 보들레르의 <***>, 최진석의 <건너가는 자>를 선택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쪽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는 것 자체가 지식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단순한 지식 나열보다, 지식을 활용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치적 색채는 있지만 버나드 쇼의 <***>을 추천하고 싶어요. 참고로 이 사람은 강남좌파로 유명한 사람이니까 그걸 감안해서 보세요. 내용보다 구조를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때때로 불온하거나 발칙한 생각도 필요해요. 직장과 대학원 생활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요. 그래서 곰브리치의 <***>을 추천합니다."


    내가 책 제목을 하나씩 말할 때마다 노트북 타이핑 소리가 들렸다. 타이핑이 멈출 때쯤 나는 이어서 말했다.

    "곰브리치나 버나드 쇼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는 없어요. 사실 이런 책들은 호기심이나 강한 동시가 없다면, 쉽게 질리고 책장도 넘어가지 않거든요. 그래서 목차를 보시고 흥미로운 부분만 취사 선택해서 읽어보시는걸 추천해요."


    "고마워요. 그런데 <건너가는 자>.. 저는 천주교인데요?"

    밝은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저도 천주교입니다. 세례명은 요셉이에요. 반야심경을 통해 삶의 고통들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하는 거니까, 반야심경 자체에 초점을 맞추진 마세요."


    "아~ 그렇군요.. 다음에도 책 추천 받아볼 수 있을까요?" 


    황소 개구리를 먹은 것은 역시나 나였을까? 그녀의 말을 듣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하지만 스스로 책을 선택하는 경험이 중요해요. 많은 사람들은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책을 추천받으려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연애에서 실패를 겪고 나서 '이런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겠다'는 기준이 생기듯, 책도 다르지 않거든요? 실패한 책이 있어야 '이런 책은 피해야지' 혹은 '이런 부분을 살펴봐야지'라는 기준이 생기거든요. 저는 제목에 '하버드'가 붙은 책은 구매 순위에서 밀려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들은 초반부에 힘을 주는데, 그게 중반부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거든요? 그래서 비싼 책을 살 때는 초반부를 보고 난 다음 목차에서 중반부와 후반부만 훑어보고 결정해요. 이처럼, 쓰레기 같은 놈을 만나 봐야 좋은 사람을 보는 안목이 생기듯이, 쓰레기 같은 책을 만나봐야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겨요. 그러니 다음에는 책을 직접 선택해 보세요."


    "경만님, 정말 흥미로우세요. 그래서 저는 경만님이 추천해주신 책을 읽고 나서 계속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듣고 나는 또 다시 고집스러운 말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눠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 그때 나는 깨달았다. 황소개구리를 삼킨 사람은 나였구나. ㅜㅠ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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