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에 저항하는 사람과 기술에 올라탄 사람
페이지 정보
본문
최근 올라온 최진석 교수님의 유튜브 커뮤니티 글을 봤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기술에 저항하는 자는 과거를 사는 사람, 기술에 올라탄 사람은 미래를 사는 사람이라 표현하신 점이다. 생각해보면 기술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회자되고 있고, 기술에 올라탄 사람들은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
최진석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기술에 저항하는 사람'을 나만의 방식으로 바꾸자면, 기술의 진보와 고객의 니즈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다.
시간의 흐름은 기술의 진보를 이끌고 고객의 니즈를 변화시킨다. 가장 대표적으로 시계 산업을 꼽을 수 있다. 과거의 시계는 고도의 정밀한 작업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로 시계의 정밀함은 이제 기본값이 되었다. 그렇게 시계는 패션, 보석업으로 진화하였다. 그렇다 보니 고도의 정밀함만 쫓았던 시계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고객의 손길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과거의 백화점은 입지가 중요한 부동산업이었다. 그렇다 보니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 본점이 차지한 입지는 다른 경쟁사가 쉽게 추월하지 못하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입지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진 온라인 세계로 변화하였다. 그래서 신세계는 백화점이라는 오프라인 매장에만 집착하지 않고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정 진영에 매몰되는 순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교수님의 말씀은 메모리 반도체의 창시자인 인텔을 시작으로 여러 글로벌 기업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인텔은 2003년 당시, 노트북과 CPU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 큰 위기를 마주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인텔은 최초로 듀얼 코어 CPU를 개발했으며, 세계 최초의 무선인터넷 기능이 갖춰진 노트북의 등장을 알렸다. 이 듀얼 코어 CPU는 반도체 연구원이 낸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이스라엘에 있는 인텔 연구소의 운전기사가 자동차의 기어박스에서 착안해 듀얼코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다. 각자의 진영에 갇히지 않고 서로 융화되었을 때 새로운 길을 개척한 셈이다. 하지만 인텔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해 버렸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을 계기로 CPU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지만,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는지 기술개발을 게을리하고 소켓만 바꿔서 판매하는 장사꾼 마인드로 전락해 버렸다. 그렇게 인텔은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지만 현재는 경쟁사인 AMD에게 뒤처진 상태다.
포드자동차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도입하여 생산량을 급격하게 향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드는 도산 위기에 처하여 제너럴 모터스에 넘어가버렸다. 가장 큰 이유는 컨베이어 벨트라는 혁신적인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조립 공정에서 부품 공급과 부품의 품질 문제로 인해 생산 안정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포드는 조직 내 갈등이 심화되었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느라 소비자의 요구를 뒷전으로 여기다 후발주자인 제너럴 모터스에게 넘어가버렸다.
걸어 다니며 음악을 듣는 문화를 창시한 소니도 비슷하게 무너졌다. 당시 소니는 워크맨라는 하드웨어 상품과 소니 뮤직이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갖추고 있어 애플에 대항할 수 있는 기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MP3라는 기술적 진보에 올라타지 않았다. MP3가 워크맨이라는 하드웨어 시장과 소니 뮤직이라는 소프트웨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애플의 MP3인 아이팟과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즈의 등장으로 소니는 과거의 영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노키아는 그 누구보다 기술, 연구 개발에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무너져버렸다. 애플보다 스마트폰을 훨씬 앞서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사업부와 휴대폰 사업부 간의 진영 갈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진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폰 개발이 지연되면서 애플에게 밀려 조용히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2000년대 초반 핀란드 전체 수출의 25% 가량을 차지하던 노키아는 2007년에 몰락하면서 핀란드 경제까지 휘청이게 만들었다.
기술은 발전하고 품질은 평준화되기 마련이다. 단순 기술 시장의 우위만으로 강자의 자리를 영원히 보장받을 수 없다. NPN 트랜지스터는 진공관보다 월등한 전력 소모량과 증폭률을 갖춰, 진공관 시장을 완전히 멸종시켜 버린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창시자인 인텔,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창시자인 포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 소니, 핸드폰 시장의 왕좌를 차지한 노키아는 기술의 진보와 고객의 니즈 변화로 이루어진 업의 변동을 마주하려 하지 않고 진영 싸움에만 매진했다.
퇴행을 일으키는 잠재적인 징후를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사회의 퇴행을 불러일으키는 징후와 위험성이 만연해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반대편 진영에 손가락질하기 바쁘다. 부정적인 수반현상들을 명확하게 식별하여 이를 축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노력이란 기술의 평준화로 인하여 변화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킬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우리나라처럼 재벌기업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 수록 기술에 더욱 적극적으로 올라타야 하지 않을까.
일단 나는 몸무게가 급격하게 올랐으니, 기술보다 다이어트 일정에 올라타야겠다 ㅎㅎ;;
- 이전글내 자식 지상주의와 공동체적 학교 23.08.23
- 다음글예술은 넓이가 아니라 높이다!????!!???? 23.08.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