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봉한테 박살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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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많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지만, 자석처럼 이끌려 새벽에 함평으로 향했다.
그동안 나에게 함평은 컴퓨터 앞에 앉아 손목이 뻐근해질 때까지, 머리가 저릿해질 때까지 활자를 읽고, 구성하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열린 태도로 무엇이든지 몰두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의 시간은 내가 일상에서 고독 속에서 근심과 맞서 싸우며 침울함을 인내할 때와 다르다. 그동안 닫힌 태도로 하나에만 몰두하던 폐쇄적인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부끄럽게 만든다. 이 부끄러움을 마주하는 시간은 나를 더 단단하게 사랑해 줄 수 있는 기틀이 된다.
내가 기본학교라는 공간에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은 타인을 향한 존중으로 이루어진 편안함이다. 날 지치게 만드는 비평 중독자, 무관심함으로 일관하다 혼자 사랑에 빠져버리는 금사빠와 대립하지 않아도 된다. 세세한 부분까지 붙들고 있는 비평 중독자와 길게 입씨름할 일도 없으며, 상대방을 투명인간 취급하다 혼자만의 감성에 도취한 금사빠의 속사정을 묻지 않아도 된다. 기본학교의 공기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가볍게 소화할 수 있어, 침울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여긴 소위 고학력자 집단에서도 엿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물론 모든 관계는 후회의 연속이다. 한 시간 전에도 내가 왜 그랬을까? 이해할 수 없는 기억이 발목을 잡는다. 수치스러움에 회상하는 것조차 포기하게 되어, 내 살을 도려내듯 기억을 떼어낸다.
하지만 최진석 교수님은 달랐다. 고산봉에 하산하고 나서 교수님은 우리에게 진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우리와의 관계 속에서 부끄러울 수 있는 기억을 나처럼 도려내지 않고 다시 회상하며 우리에게 드러내 주셨다. 역시 강한 분이시다. 하지만 교수님이 용기와 솔직함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말로 인한 황홀경은 내가 느낀 부끄러움에 비해 오래가지 않았다. 부끄러움은 왜 이리 오래 지속될까?
어쩌면 부끄러움은 나에 대한 환상이 부정되는 단계, 다시 말해 나를 솔직하게 인식하게 되는 또 다른 계기다. 나 자신을 오로지 내 시선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 그리고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집단으로의 시선, 객관적인 관점으로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부끄러움은 오로지 내 시선으로만 볼 때보다 더 성숙한 시선이다. 부끄러움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나를 더 성숙하게 이끌어줄 힘이라 생각한다.
다다음 주는 노자와 베토벤 공연이 있는 날이다.
음악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며, 형상화할 수 없는 것을 형상화한다. 음의 형상을 통해 섬세한 감정을 탐닉하며, 현실 속에서의 침울함을 잠시 지워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난 클래식 음악보다 BGM을 더 좋아한다. 클래식 음악은 너무 길어서 잠이 솔솔 오거든. 아바타 2 BGM인, 사이먼 프랭글렌의 ‘From Darkness to Light’처럼 굵직하고 짧게 끝나는 게 더 좋다. 내가 노자와 베토벤 공연에서 졸음을 이겨낼 수 있을까.
기본학교 졸업 전까지만 해도 고산봉은 ㅈ밥이었다. 하지만 운동을 게을리하고 나서 고산봉을 다시 만나니, 내가 ㅈ밥이 되어버렸다.. 다시는 ㅈ밥이 되지 말아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새말새몸짓에 후원해주신 분들을 향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 실천적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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