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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놓는 삶. 비우는 삶. 그것이 진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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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모르는 개 산책 (223.♡.210.5)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465회   작성일Date 23-07-19 20:42

    본문

    내려놓는 삶. 비우는 삶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성인군자처럼 느껴진다. 모든 욕망으로부터 저항하며 검소함으로 무장한 자기완성에 가까운 모습은 하나의 진리처럼 다가온다. 이는 마치 근대문명과 국가를 부정하는 자연주의자 또는 무정부주의자가 되어 홀로 우뚝선 존재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문명과 국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속에서 자기만의 터전을 지키며 살아야 할 것 같다. 만약 도시에서 여유롭게 살면서 내려놓고 비우겠다고 말한다면 오싹함과 서늘함이 느껴지는 위선자 같은 것이다.

    내려놓는 삶은 욕망에 저항하기 위해 검소함으로 무장한 삶으로 보인다. 만약 도심에서 그런 삶을 꾸린다면,  삶의 특별한 의미를 찾지 않고 물질적 안락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겠다는 선언과 다를 게 없다. 모든 욕망에 저항하며 먹고 자고 싸는 삶을 살려면 물질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물질적 풍요로움에 취해 종속적인 삶을 자처하는 애완동물과 다를 게 없다.

    애완동물처럼 살다가 죽음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 무언가를 강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내려놓는 삶, 비우는 삶은 허망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레프 톨스토이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을 통해 나에게 말해줬다. (* 읽다가 다른 책으로 넘어가버리는 바람에 끝까지 안 읽고 아직까지 방치 중.)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나에게 전해준 메시지는 이렇다.  내려놓는 삶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초월한 것마냥 유유자적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쏟아낼 정도로 발현하는 삶이다.
    비우는 삶은 현재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비울 수 있는 무욕의 경지에 이르는 삶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비워내면서까지 앞으로 나아가려는 삶이다.
    영웅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맹목적으로 보이는 삶에 가깝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에서 이반 일리치는 판사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고 정말 행복했는데 왜 서서히 불행해졌을까??? 난 이 힌트를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서 찾았다. <부의 미래>는 사회의 속도에 대해 정리해 놓았다. 기업의 속도가 100마일로 가장 빠르다면, 그 다음은시민단체, 노조, 정부, 정치집단, 법으로 법이 가장 느리다. 이는 유튜버 한문철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길게는 수년 가량 소요될 수 있는 교통사고 판결을 10분 내로 끝낸다. 재판과의 시간 싸움에서 압도한 셈이다.

    판사인 이반 일리치의 삶의 방향은 잘못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증명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1마일의 속도로 서서히 불행해졌다. 만약 이반 일리치가 기업인이었다면, 100마일의 빠른 속도로 불행해져 파멸에 이르지 않았을까? 그가 사업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사업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은 70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끝났을 것이다.

    타성에 젖은 관료주의와 근시안적인 규제는 앞으로 나아가기를 포기한 사회와 같다. 이런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들의 발목을 붙잡아 이반 일리치처럼 서서히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유유자적, 먹고 자고 싸는 것의 연속인 내려놓는 삶, 비우는 삶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려놓는 삶을 욕망으로부터 초월한 삶이라 착각하여 받아들여 먹고, 자고 싸는 것에만 머무르면 서서히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문명과 국가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타성에 젖은 관료주의를 사랑하고 근시안적인 규제에 박수치느라 산책하는 법을 잊어버린 시골 똥개와 다를 게 없다.

    생각해보니, 최진석 교수님은 모르는 게 상책이라 여기시지 않고 모르는 개를 산책시켜주신 분이었다.
    지금 산책하기에는 너무 졸리니까 꿈나라에서 산책해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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