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거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미래 여러분 어디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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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였을까. 기성세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말이 있다. "기성세대가 잘못했다.", "기성세대가 미안하다."
뭘 잘못하셨는지, 뭐가 미안한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유행처럼 번진 이 말이 왜 아직도 돌림노래처럼 들려올까?!?!?!? 수많은 유행어도 1년이 지나면 조용히 자취를 감추는데 말이다. 이 말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이유는 기성세대가 구축해 놓은 관습과 틀을 우리 세대가 깨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이 틀을 성공적으로 박살 냈다면, 기성세대는 우리에게 사과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을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 덕이라며 자화자찬하셨을 것이다. 기성세대의 사과가 아직까지 들리는 이유는 우리 세대는 아직까지도 기성세대의 조언과 애정의 틀 속에서 예상 가능한 삶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최진석 교수님께서 모호한 곳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신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지구 반대편 미국이라는 나라는 기성세대의 품에 안기기보다 모호한 곳으로 나아가려는 도전 정신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즐겨보는 픽사가 대표적이다. 픽사는 "예술은 기술에 도전하고, 기술은 예술 영감을 불어넣는다."라고 말한다. 기성세대가 생산한 기술은 삶을 그려나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자신의 삶을 온전히 맡기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쌓아놓은 틀은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 정도로만 바라볼 뿐이다. 과거에 등장한 기술에 모든 것을 위탁하기 시작하면 그 어떤 창의성도 자유로운 비판 정신도 피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뭘 잘못해서 우리 세대에게 사과하는 걸까? 잘못된 사회 시스템과 풍토를 물려준 것에 대한 자책인 걸까.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면, 합리성과 자유로운 비판정신이 질식된 사회 풍토를 물려줘서 그런 걸까? 대인배로 빙의해서 생각하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만 놓고 보더라도 지금 당장 살기 위해 도망치기 바쁘셨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그리고 기성세대에게 합리성을 싹트게 하는 숙고는 삶을 앗아가는 미련한 짓거리일 지도 모른다. 예로부터 명나라의 입김, 일본 순사의 칼날, 인민군의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숙고하기보다 상대의 입맛에 맞는 답을 최대한 빠르게 했을 것이다. 숙고해선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 대한민국의 합리성을 질식시켰고 자유로운 비판정신마저도 앗아가 버린 게 아닐까. 이렇게 놓고 보면 우리사회에서 그려지는 정치 종교화, 팬덤 정치는 이상할 게 전혀 없다. 그래서 최진석 교수님께서는 숙고를 통해 합리성을 일깨워야 답에 가까워질 수 있는 학문인 수학과 과학을 중요시 여기시는 게 아닐까.
물론 모든 기성세대가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 며칠 전에 어떤 할아버지가 날 붙잡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요즘 2030 세대들 마음에 들지 않아요. 참 문제가 많아요", 난 그냥 수많은 인파를 비집고 내 갈 길을 가려고 했을 뿐인데, 날 새치기 하려는 사람으로 오해하신 것 같다. 그래서 난 차분하게 "저는 그냥 제 갈 길을 가려고 했을 뿐입니다. 새치기할 생각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는 기존의 생각을 굽히지 않으셨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순사를 만나는 게 이런 기분이었을까...
"기성세대가 잘못했다", "기성세대가 미안하다"는 말이 10년 넘게 들려온 것 같다. 10년 넘게 이 말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세대가 그 무엇도 바꾸지 못했다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나중에는 우리가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기성세대에게 빌붙으려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난 머리가 커서 고개 숙이는 거 싫다. 고개 숙이면 목 디스크 올 거 같단 말이야.
기성세대는 수고하셨다. 그런데 우리세대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걸까. 기성세대의 품으로만 향하려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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