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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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두 문장이 있다.
문장 A : 학문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행위다. 학문을 통해 우리는 다가오는 위험에 대비할 수 있다.
문장 B : 학문은 해볼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맹수 앞에서 가만히 돌을 쥐는 동작처럼 필연적인 실천이다.
문장 A와 B는 큰 틀에서 보았을 때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문장 A를 읽었을 때의 내면의 반응과 문장 B를 읽었을 때의 내면의 반응은 천지차이가 난다. B에는 감동이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최진석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아 정말 맞는 말이다'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사람이 지적으로 단련되면 이렇게 정확하게 세상을 볼 수 있구나'의 관점에서 감탄하고 또 감탄했었다. '문제 포착 능력'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사학'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니, 최진석 교수의 글이 그저 정확한 지식을 담은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최진석 교수에게 동조하는 이유는 그 말이 얼마나 정확하냐를 뛰어넘어, 말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말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머리로 이해하여 끄덕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피부에 소름이 돋는 것이다. 다시 한번 최교수의 문장들을 읽어보자.
"대한민국 과거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한민국 미래 여러분, 환영합니다. 이제는 건너가야 합니다."
"철학 수입자들에게는 애초부터 육체적이고 역사적인 울퉁불퉁함이 지적 사유 대상이 되기 어렵다."
"꼭 필요하지 않은 연결사나 부사어들은 과감히 빼서 더 간결하게 읽힐 수 있게 했다. 허술했던 곳은 내용을 채워 넣어 좀 더 튼튼하게 보강했다."
최진석 교수의 글을 읽으며 던졌던 낡은 질문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문제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지?'
이제는 새로운 질문이 튀어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들을 쓸 수 있는거지?'
이즘 되니 다시 한번 최진석 교수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은 시를 읽는 인간과 읽지 않은 인간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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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술사님의 댓글
심령술사 아이피 (218.♡.110.45) 작성일 Date"맹수 앞에서 가만히 돌을 쥐는 동작처럼 필연적인 실천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전생에 짱돌 하나로 50여 명의 부족들을 먹여 살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