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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도서관이 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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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경민이 (218.♡.110.45)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6,014회   작성일Date 24-05-29 17:59

    본문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어서자, 최진석 교수님이 말씀하신 황당 도서관이 내 머릿속에서 잠깐 반짝였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온 세계는 결코 고정된 것이 아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도 마찬가지다. 언어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변화하고 발전한다. 그리고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들도 고유한 색깔과 모양을 유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바꿔 간다. 현대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의 언어로는 묘사하기 어려운 새로운 기술, 이념, 문화적 현상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용어와 개념을 발명하고 수집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도서관과 책과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최진석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황당 도서관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서관과 조금 다를 것이다. 황당함이란 익숙함, 뻔함의 반경을 벗어난 경향, 안정을 약속하는 공동체적 관습으로부터 탈피한다. 황당함은 때론 하찮게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창의적이고 기발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탈중심적인 색깔이다. 이 황당함은 주로 자발적이면서도 정상의 범주 안에 있는 것들과 흥미롭게 대립할 수 있는 향기를 풍기고 있다. 순응적 태도와 위선을 향한 과감한 도전이자, 순간을 포착하여 세상의 방향을 바꾸려는 용기 있는 모양이기도 하다.


    황당 도서관은 기존의 도서관처럼 책과 자료만 보관하는 곳이 아닐 것이다. 지식의 전달에서 창조의 중심지가 되어야 하는 곳일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교류되고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시켜, 미래의 언어인 새 말이 형성되는 곳. 그곳에서 과거의 언어를 재해석하거나 새로운 문맥을 다시 사용하여, 언어가 가진 변화의 힘과 창조적 잠재력을 일으켜 새로운 몸짓으로 이어질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류세' 라는 새 말은 우리 주변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간이 자연과 환경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여, 새 몸짓으로 이끌게 하였다. (물론 이 말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등장했지만.) 그러니 황당 도서관에는 기존의 익숙한 고전뿐만 아니라 기발한 콘텐츠들로 공간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최진석 교수님은 황당한 무협지를 들여다 놓겠다고 말씀하신 게 아닐까.


    문학은 인간사를 자유롭게 직조한다.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연결시켜놓은 상태로 세상을 조망하는 문학은 세상을 보다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힘을 품고 있다. 낯선 개체들이 광범위하게 교감하고 연결시킬 수 있도록 만드는 문학은 문학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변화한다. 그만큼 문학은 정교하면서도 낯선 존재들 간의 특별한 소통 수단이기도 하다. 이처럼 문학은 명확하면서도 총체적인, 새 말과 새 몸짓을 이끄는 수단이다. 그런데 새 말 새 몸짓을 이끄는 문학의 등장은 말처럼 쉽지 않다.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단어들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사람만이 이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각양각색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심해의 괴생물체와 지구 밖 외계인 말고는 새로운 것이 없다는 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다른 구성과 색다른 체계를 통하여 사물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배열하고 새로운 조합으로 낯선 개념을 고안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무협지와 SF와 같은 장르가 아닐까? 난 이 지점이 최진석 교수께서 무협지를 선택하신 이유라 생각한다.


    이상적인 망상을 해보자면, 황당 도서관에 부지런히 머무른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할 때는 기존의 관용구나 숙어, 단어가 부족하다는 현상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묘사하기 위한 새로운 장르나 스타일에 갈증을 느끼겠지. 물론 그 중에서도 누군가는 새 말을 만들어 새 몸짓을 통해 건너가는 걸 주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황당함이라는 향기와 모양에 익숙한 누군가는 새로운 그곳에 과감하게 뛰어들 것이다.


    난 궁금하다. 그곳으로 건너간 사람들이 닿은 그곳에서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난 그 말과 몸짓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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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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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도님의 댓글

    한상도 아이피 (1.♡.46.95) 작성일 Date

    저는 경민님이 보여주실 말과 몸짓이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