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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노경민 (218.♡.110.45)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4,399회   작성일Date 23-11-05 21:08

    본문

    함재봉 교수님의 강의를 들었다. 멋진 지식인이셨다.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자면, 학창시절 반에 한 명 정도 있을 것 같은 잘 생기고, 키 크고, 똑똑해서 재수없는 친구에 가까운 이미지에 가깝랄까?
    최진석 교수님은 과거 지식이 넘치는 사람에게 향기가 난다고 말씀하셨는데 함재봉 교수님은 깊은 심해의 향기를 품고 계셨다. 만약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화성으로 갈 수 있는 우주비행선과 심해 끝까지 닿을 수 있는 잠수함이 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함재봉 교수님은 잠수함을, 최진석 교수님은 우주비행선을 선택하실 것 같다.

    <한국 사람 만들기> 란 저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강의는 한국사에 대한 나의 무지를 마주할 수 있게 해 주셨고,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강의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수업이 참 인상적이었다. 기본학교 2기 졸업생이자, 자유게시판에서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상도 님도 있었는데, 이 분은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 <정치란 무엇인가?> 란 수업을 듣지 못했다. 정말 감동과 여운이 짙었는데, 이걸 듣지 못한 게 참 아쉽다. (* 간접적으로 자랑하려는 의도가 들어가 있음)

    <정치란 무엇인가?> 란 강의를 바탕으로 우리가 그려야 할 정치 지도자에 대해 더 선명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강의를 통해 내가 느낀 이상적인 정치 지도자란 존재는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물론 명석한 두뇌로 똑똑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대통령도 좋겠다. 하지만 대통령도 사람인데 어떻게 모든 분야에 통달한 만물박사일 수 있을까. 만물박사는 관료로 있어도 충분하다. 대통령은 주위 똑똑한 사람들을 잘 부릴 수 있으면 그만이 아닐까. 여기서 부린다는 것은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헌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중진국을 넘어서기 시작하면서 정신과, 심리상담 치료가 마치 감기 치료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과거에 정신과에 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겉으로만 봐도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양성적으로 나타나는 정신질환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음성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 불안증, 조증, 공황장애 등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문제가 아닐까. 가장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쳐야 할 2030 세대들이 이러한 우을 증세를 앓고 있다 점 그리고 효를 중시하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높은 노인자살률 문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음성적으로 나타나는 정신질환 문제를 감기, 코로나처럼 그대로 품고 살아가야만 하는 것일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어렸을 때 품고 지내다가 잠시 잊어버렸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재봉 교수님의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수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조용히 확산해 나가는 음성적 정신질환 문제는 학벌, 빈부와 관계없이 찾아온다. 누군가는 도시 문명의 저주라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자료를 조사해 보면,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시골로 향해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시골 노인정으로 봉사활동을 가서, 구체적인 현실 세계를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내가 만난 할머니에게 해드릴 수 있는 봉사는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할머니가 혼자 사시는 공간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물이 가득 담긴 컵을 옆에 놓고 입가에 침이 하얗게 마를 때까지 쉴 새 없이 떠드시다가, 입이 마를 때 즈음 물을 한 모금 마시고 1시간 전에 하셨던 이야기를 다시 반복하셨다. 나와 다른 조에 속했던 친구들은 할아버지와 팔씨름을 하면서 놀았다고 하더라.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다고 하면 다들 간병인처럼 시간을 보낸 것으로 생각하는 데, 그때의 우린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내가 했던 봉사활동 후기를 듣고 꿀 빨았다고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난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 사이에 퍼져있는 음성적 정신질환 문제를 매만졌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문제를 나 또한 인지하고 있듯이 대한민국도 인식하고 있다. 이는 정신보건법을 통하여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법이 음성적인 정신질환자의 수를 줄일 수 있을까. 질병이 걸리면 치료가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 예방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국민을 생각하게 만들어주고 용기를 심어주는 정치인의 레토릭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틴 루터킹이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미국 전역에 퍼지자 110개의 도시에서 흑인 폭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로버트 F. 케네디(Robert Francis Kennedy)가 마틴 루터킹 사망에 대해 연설한 인디애나폴리스는 그렇지 않았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흑인 대다수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간결한 언어로 구성된 레토릭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라면 대통령 후보로도 충분하겠지만 그 또한 저격 당해 사망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정치를 꿈꾸는 몇몇 사람들은 권위주의적인, 카리스마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계몽시키겠다는 유아적 영웅심리에 젖어 있는 셈이다. 뭔가 많이 알고 깨우친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교장선생님 훈화처럼 식상하고 따분하여 하품이 안개처럼 피어난다. 겉모습만 청년일 뿐이지, 여느 기성 정치인, 마이크를 잡으면 놓을 생각을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꼬맹이와 다를 게 없다.
    계몽이라는 깨우침은 타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깨우치기 위한 자기 인식이 명확해야 한다. 카리스마로 계몽시키는 것은 총을 겨눠 상대를 복종시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진정으로 상대를 깨우치게 하고 싶다면, 문화적인 감성, 리버럴 한 레토릭을 바탕으로 따뜻하게 다가가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로버트 F. 케네디처럼 말이다. 문화적인 감성, 리버럴 한 레토릭은 국민들을 설교하는 게 아닌, 스스로 뭉칠 수 있도록 하는 힘이라 생각한다. 이 레토릭에 대해 조금 더 감성적으로 다가간다면, 어두운 밤에 비참함이 우리 집 문을 두들기고 있을 때에도 어둠의 공포를 뚫고 나에게 사랑의 약속을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약속의 메시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갈 정도로 가볍지 않은, 머릿속에만 맴돌지 않고 가슴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쉽게 소화되는 말이다. 이러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정치적 리더가 있다면, 어둠 속에서도 소망의 불을 붙여 국민들이 공포와 두려움에 짓눌려 시간이 흐르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이것이 음성적 정신질환을 낫게 해주는 백신일 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게 맞을까 18,691,291,291,582,192,662,292번 정도 고민을 했다. 하지만 새말새몸짓에 후원해 주시는 감사한 분들에게 내가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이 전제기 새말새몸짓이 후원해 주시는 분들을 포함하여 대한민국 국민들이 헛된 동경으로 기다리고 있는 존재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함재봉 교수님의 <한국 사람 만들기 시리즈>, <정치란 무엇인가>, 최연혁 교수님의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그리고 더 나은 2024년을 꿈꾸시는 분들이라면, <최진석의 말 2024 일력>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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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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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도님의 댓글

    한상도 아이피 (220.♡.163.17) 작성일 Date

    저는 아래 글귀가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정치란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것, 그래서 가장 인간다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