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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멜라스에 남기로 한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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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210.♡.149.16)
    댓글 댓글 3건   조회Hit 17,707회   작성일Date 24-01-16 14:39

    본문

    오멜라스는 풍족하고 평화로운 도시다. 먹을 것은 늘 풍족하고 선진화된 기술도 가졌다. 축제가 일상이다시피 한 오멜라스가 늘 풍족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 도시가 풍족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하실에 열살짜리 아이가 가둬져야 한다는 계약이 맺어져 있다. 그 아이는 어린시절부터 가둬져 있었기 때문에, 말이 어눌하고 정신적으로 박약해져 있다. 배설물 위에서 옥수수 가루를 먹으며 연명한다.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열두살 즈음부터 그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다. 아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충격받는 자들도 있다. 어떤 이들은 그 계약의 존재를 알고는 오멜라스를 떠나기도 한다.


    그러나 오멜라스에 남아 풍족함을 누리기로 한 지식인이 한 명 있다. 그의 이름은 경현. 경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지하실의 아이의 존재에 대해 자주 논하곤 한다.


    “지하실에 아이를 가둬야만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도시라니, 우리는 이 풍요로움의 책임을 느껴야 해.”

    “도대체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는 지 모르겠어. 아이의 존재를 외면하고 있는걸까?”

    “지하실 아이의 존재를 알고도 행동하지 않으려는 어른들이 너무 많으니 이 상황이 방치되고 있는거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해.”

    “인권이란 무엇인가? 그 누구에게도 예외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권리가 아니던가? 우리 나라의 인권위는 무엇을 하는가?”


    주변 사람들이 경현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면, 그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답하곤 했다.


    Q1. “직접 아이를 구해보지 그래요?”

    A1. “공리주의에 입각했을 때, 당장 아이를 구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냐.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공부해보렴.”


    Q2. “비판만 하지 말고 직접 행동으로 옮겨보시죠?”

    A2. “한 명으로는 절대 개선될 수 없어. 나는 공론화를 통해 도시 전체가 움직이게 하려는 거야. 무모한 행동은 실패를 부르기 마련이란다. 인생을 좀 더 살아보렴.”


    Q3. “이런 오멜라스를 견디지 못해 떠나는 사람도 있는데, 경현은 떠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A3. “떠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니까. 문제가 그대로인데 굳이 이 도시를 떠날 이유가 뭐가 있겠어? 인간은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란다. 독서를 좀 더 해보렴.”


    경현은 자기만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개탄하며 오늘도 포도주를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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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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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윤경님의 댓글

    조윤경 아이피 (118.♡.14.249) 작성일 Date

    경현도 모르는 경현의 속마음: 오늘도 오멜라스에서 책읽으며 포도주를 홀짝이려면  누군가의 희생은 당연해 그리고 필연적이야. 그게 나라는건 말도안되지. 나는 책을 읽어야되는걸.  글모르는사람을 이용하려면 오늘도 새로운 수사법을 하나 더 익혀야하거든.  이거봐 오늘도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잖아. 나는 답을 해주는 척 포도주만 홀짝이면되지. 질문은 뭘 모르는 애들이나 하는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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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버워치 경현님의 댓글

    오버워치 경현 아이피 (218.♡.110.45) 작성일 Date

    경현이는 오늘도 오버워치 6연패 중이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은 무찔러야 할 상대팀이 아닌 채팅창만 향하고 있다.
    "딜러 차이.."
    경현이의 메시지는 잃어버린 희망을 찾고 싶어하는 메아리처럼 채팅창을 도배하고 있다.
    "우리 할머니가 너보다 더 잘하겠다."
    "너 혹시 전기세 아낄려고 모니터 끄고 겜하냐?"
    "너 팀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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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님의 댓글

    이창훈 아이피 (211.♡.4.136) 작성일 Date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책이 있었군요!
    https://www.ursulakleguin.com/awards-honors

    Ursula K. Le Guin(1929~2018)라는 작가는 과연
    (한글로 어찌 쓸지 몰라 알파벳을 사용합니다)

    미국 사회의 '갇힌 아이'를 구했는지,
    말과 글 외에 무얼 행동했는지,
    미국은 오멜라스와 전혀 달랐기에 그곳에서 수십 개의 상을 받으며 88년의 천수를 누렸는지 꼬집어보게끔 되네요.

    지식인에게 책임을 묻는 사이
    '나'는 지식 없이 말과 글뿐인, 공허한 존재가 돼 버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