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로그인
  • 참여
  • 자유게시판
  • 참여

    자유게시판

    시를 꼭 읽어야 하는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변진영 (218.♡.110.45)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522회   작성일Date 24-01-02 03:04

    본문

    5cb030865a09350118c7c32e278707bc_1704136177_1678.jpg
     


    이번 송년회 때 최진석 교수님은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이외에도 언어, 자연, 예술, 정신건강 등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끊임없는 생각을 생산시킨 키워드는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예술작품을 떠올리지만, 애플이라는 브랜드도 빼놓을 수 없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었기에 혁신의 대명사로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는 애플이라는 기업을 혁신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애플이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아이디어를 아름다움으로 포장하는 것이다. 최진석 교수님은 이를 '지적인 교활함'으로 표현해주셨다. 

    생각해보면 퍼스널 컴퓨터를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은 IBM이었다.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선보인 곳 또한 노키아였다. 그리고 애플이 과거에 내놓았었던 파워맥 G4나 뉴튼을 보면 실패했다. 애플은 과거의 실패를 통해 배웠다. 기술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기술에 아름다움이라는 포장지를 씌워놓은 것이다. 다시 말해 기술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예술작품으로 변모시킨 셈이다. 이는 중고 시장에서 충분히 엿볼 수 있다. 다른 브랜드의 중고 노트북과 애플의 중고 노트북의 가격 차이, 중고 스마트폰의 가격 차이가 대표적이다. 단순 성능이 아닌 예술이라는 프리미엄이 더해져서 가격 차이가 발생한 게 아닐까.


    아름다운 말도 다르지 않다. 그냥 예쁜 단어를 선택한다고 하여 아름다운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을 이루고 있는 각 단어들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 지에 따라 아름다움으로 구현될 수 있다. 예쁜 단어들로만 문장을 이룬다고 하여 아름다운 문장, 말이 되지 않는 이유다. 예를 들어 예쁜 단어들로만 조합한 문장인 "가온해 찾아온 이플 같은 소솜. 뒤 따라 가는 옅구름. 지난 해의 감또개는 아직까지 나비잠을 자는구나."와 샤를 보들레르의 시 <여행에의 초대>에서 반복되는 문장인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중 후자가 훨씬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문장은 예쁜 단어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문장은 시집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아름다운 문장들을 엮은 연애편지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시집 3권 정도는 읽어보고, 매력적인 문장은 부지런히 필사하길 권하는 이유다.

    아름다운 단어는 시선을 사로잡는다면, 아름다운 문장은 마음을 사로 잡는다. 우리는 이러한 문장들을 통해 비탄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을 배우게 된다. 마음의 근력을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단련시키고 싶다면 시집을 권한다. 물론 시집은 추상적이고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읽는다면 마주한 비탄을 정신승리 하듯 아름답게 포장하게 된다. 그러니 문장 뿐만 아니라 문장과 문장 사이에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들여다 보며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시와 나의 생각을 복기할 줄 알아야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집 한 페이지 읽는 속도는 적어도 일반 책의 한 페이지 읽는 속도와 비슷하게 가져가야 한다. 예를 들어 "호전적인 비판이란 무엇인가? 일단 탈(脫, Decoke) 오이디푸스화해야 한다. 부모라는 거미줄을 헤체하는 것을 넘어 나를 구원해준 눈부신 신앙까지도 파괴한 다음 욕망하는 기계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욕망이 경제적, 사회적 공급까지 도달해야 한다. 하지만 호전적인 비판이란 과업에 닿으려 할수록 유토피아처럼 다가온다. 모든 것을 해체하고 파괴해야 하는가? 파괴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무엇을 파괴하지 말아야 하는지 납득시킬 수 있는가? 파괴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다른 맹목성을 불러 판단의 미로에 갇혔다면, 호전적인 비판으로 나아갈 출구는 어디인가?" 라는 짧은 글과 위에서 언급했던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여행에의 초대>의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이란 문장 중 무엇이 이해하기 어려운지, 무엇이 읽기 쉬운지, 무엇이 더 많은 메시지를 품고 있는지, 무엇이 더 아름다운 글인지 묻는다면 나에겐 모두 후자이다. 그만큼 시에 있는 간결한 문장은 더 오랫동안 곱십어야 하고, 십을 때마다 아름다운 향기가 톡톡 피어난다.


    최진석 교수님의 인스타에 올라왔지만, 최진석 교수님은 2024년 1월 5일 금요일 오후 7시에 별마당 도서관에서<시를 꼭 읽어야 하나?> 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다. 어쩌면 내가 시에 대해 논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시선, 더 깊은 생각으로 이를 다루실 것 같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싶거나, 아름다움을 구현하고 싶거나, 아름다움을 품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만큼은 가치있는 강연이 아닐까.



    추천6 비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