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vs 김밥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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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어디에나 맥도날드와 김밥천국은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브랜드의 차이는 극명하다. 우리는 두 브랜드의 비교를 통해 미국과 대한민국의 선진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어딜 가나 맥도날드다. 간판도 같고, 메뉴도 같고, 가격도 같다. 감자튀김이 갓 튀겨졌는지 2~3분 전에 튀겨졌는지 정도의 차이가 생길 수 있지만 놀랍게도 어디에서나 일정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김밥천국
이 동네 김밥천국과 저 동네 김밥천국의 간판이 다르다. 이 동네 김밥천국의 김밥에는 우엉이 들어가고, 저 동네 김밥천국 김밥에는 우엉이 없다. 이 동네 김밥천국의 참치김밥은 3500원이고, 저 동네 김밥천국의 참치김밥은 4000원이다. 이 동네 김밥천국의 김밥은 밥알이 질고, 저 동네 김밥천국의 김밥은 밥알이 꼬들하다. 이 동네 김밥천국은 만들어 놓은 김밥을 썰어주고, 저 동네 김밥천국은 주문이 들어가면 김밥을 만들어 준다. 이 동네 김밥천국에는 육개장이 있지만 저 동네 김밥천국에는 육개장이 없다. 이 동네는 선불이고, 저 동네는 후불이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실력’이라고 본다. 더 자세히 말하면, ‘시스템을 만들고 운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더 높은 시선에서 말하면, ‘지식을 만들고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선진화된 사회는 지식을 견고하게 디자인하고, 이를 철저하게 활용한다. 시스템이 사람의 행동까지 좌우하지, 사람이 시스템 위를 뛰어다니지 않는다. 후진 사회는 그 반대다. 시스템은 장식일 뿐이고 대개 모든 일이 사람들의 감과 순발력으로 진행된다. 전자는 ‘레시피’를 따르고 후자는 ‘손맛’을 추구한다.
2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 추돌 사고가 났다. 379명의 승객이 모두 탈출했다. 긴급 상황 발생 시 승객 모두를 90초 안에 탈출시켜야 한다는 ‘90초 룰’을 지켜냈다고 한다. 안전, 준비, 예방, 훈련이라는 높은 난이도의 일이 일본에서는 잘 수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이다.
하네다 공항 사태를 보고 일본과 우리의 아득한 차이를 절실히 체감한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 참고로, 김밥천국은 정식 브랜드가 아니다. 상표권 등록을 거절당했기 때문에 분식집을 차리려는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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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창훈님의 댓글
이창훈 아이피 (211.♡.4.136) 작성일 Date
'맥도날드'는 '김밥천국'에 비해 고도로 추상된 단어 또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추상하는 만큼 구성요소(맛, 위생, 종업원, 가게장식)의 책임 소재가 분명하고,
그러니 단어 또는 개념에 대한 신뢰가 커지지 않을까요!
일본에서 비행기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에만 주목하고 있었는데,
사고 이후 승객 모두가 탈출했다는 또 다른 사실에 주목하니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네요!
'90초 룰'이라는 동일한 껍데기의 문구 또는 개념이라도
일본에서 '90초'와 '룰'를 추상하는 높이와
한국에서 '90초', '룰'을 추상하는 높이에 격차가 있진 않나 헤아려봅니다.
'김밥천국'이 '김밥'과 '천국'을 얼마나 추상해 사용하는지도 돌아보게 되네요!
킹데리아 양념감자 최고님의 댓글
킹데리아 양념감자 최고 아이피 (218.♡.110.45) 작성일 Date대한민국의 자랑 킹데리아가 아닌 맥도날드를 예로 들어서 아쉽네요.
한상도님의 댓글의 댓글
한상도 아이피 (210.♡.149.16) 작성일 Date제 생각에 롯데리아는 지점별로 맛의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