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개념은 인간이 세계를 관찰하여 포착한 일반화된 지식이다. 우리집 강아지 뭉치와 옆집 강아지 똘이는 다른 존재다. 몸무게도, 생김새도, 짖는 소리도 다르다. 그러나 두 마리의 강아지를 잘 관찰하면, ‘개’라는 하나의 품종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뭉치’, ‘똘이’는 세계고, ‘개’는 개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념은 인간이 세계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물이며, 인간의 관찰 없이는 어떠한 개념도 나올 수 없다.

둘째, 개념은 세계를 지배한다. 뭉치가 집안의 가구를 물어뜯는 문제를 가지고 있고, 똘이는 심하게 짖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각각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열심히 고민해서 강구할 수도 있지만, 개념을 활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가령 ‘개에게 목줄을 씌우면 안전하게 산책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개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개념을 포착하면, 각각의 강아지에게 맞는 목줄을 만들어 씌워 산책이 가능해진다. 스트레스가 해소된 강아지들은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개념을 통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높은 개념은 세계를 더 넓게 지배한다. 개념에는 층위가 있다. 세계로부터 포착한 개념들을 잘 관찰하면, 더 높은 개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가령 ‘개’와 ‘원숭이’를 잘 관찰하면, ‘포유류’라는 개념을 포착해 낼 수 있다. ‘포유류’가 가진 속성 중 새끼가 젖을 먹고 자란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젖병과 우유만 충분히 준비한다면 세상의 모든 개와 원숭이의 새끼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된다. 높은 개념은 세계를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해주며, 높은 개념을 다루는 자를 우리는 높은 인간이라고도 부른다.

넷째, 개념은 세계의 일부만을 담아낸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개념은 세계를 지배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개념이 세계의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는 ‘고유함’이라는 속성도 존재한다. 뭉치가 육포 간식을 좋아한다고 해서 이 세상 모든 강아지가 육포 간식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똘이는 개껌을 더 좋아할 수 있다. 이처럼 개념으로 포착할 수 없는 ‘개성’이 세계에는 존재하며, 이 ‘개성’의 존재를 인정하는 자가 세계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 특히 ‘나’를 잘 아는 인간이라면 ‘개성’을 잘 이해하고 자신을 더 높은 존재로 승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