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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의 모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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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노시균 (119.♡.167.198)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16회   작성일Date 26-07-11 13:55

    본문

    엄마, 아부지 죽으면 이보다 더 슬플까? 얼마나 더 우는 거지?'





    - 베스 -  



          

    베스는 가매기 삼거리 우리 집에서 키운 첫 번째 개다.


    아담하고 귀여우며 털이 황금빛인 발바리 암컷. 순하고 영리하며 눈이 동그랗게 커서 이쁘다. 여덟 명 식구들이 다 좋아한다. 이웃이 집에 오면 누구든 쓰다듬고 새끼 나면 한 마리 달라 한다.  


    개가 있는 집들은 대개 잡아먹으려고 덩치 큰 개를 키운다. 한여름 복날에 죽을 운명이라 일 년을 못 사니까 이름이 없다. 누렁이, 검둥이, 흰둥이, 얼룩이나 점박이처럼 색으로 구분하거나 그마저 마땅찮으면 미군처럼 도꾸, 메리, 쫑이라고 부른다. 그런 개들은 대개 집 밖에 나갈 수 있게 놓아서 기른다. 주인에게 밥찌꺼기를 얻어먹지만 사람도 부족한 식량이니 그거로는 모자란다.


    똥개. 개들은 먹을 걸 찾아서 온 동네를 싸돌아다니다가 아이들이 집 문 밖에 똥을 싸면 웬 떡이냐 좋아라고 달려든다. 사람은 누구도 제 것이라 나서지 않으니 똥은 먼저 보는 개가 임자. 운 좋으면 아이가 똥을 누자마자 뜨거운 똥을 허겁지겁 먹는다. 다른 개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 마르고 굵은 거보다 물기를 머금어 질척하게 퍼질러 싼 거를 더 좋아한다. 그렇게 놓아기르는 개는 아이들이 싼 똥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똥개다.  


    "첩첩"    


    이런 소리를 내며 맛있게 처먹는다. 마지막에는 연실 혀를 길게 내밀어 콧등과 입 주위에 묻은 거까지 싹싹 핥는다. 성질 급한 놈은 똥이 나오는 중에 받아먹다가 안 나오면 똥구멍까지 혀로 훑는다. 멍청한 놈은 똥구멍 위로 매달린 거도 먹어도 되나 긴가민가 사내아이 불알을 슬쩍 물어보기도 한다. 아이가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르니 놈도 덩달아 깜짝 놀라서 한 번 뿐이지 다시는 그러지 않는다. 집 앞 길가에서 똥 누는 아이는 지나는 사람들은 부끄럽지 않지만 똥 먹으려 궁뎅이 아래로 주둥이를 디미는 개는 무척 신경 쓰인다. 그렇게 놓아기르는 개는 아이들이 싼 똥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똥개다.    


    베스는 이런 똥개와 엄연히 다르다. 집 안에 줄에 묶어 길렀다. 당당히 베스라는 이름이 있었으며 이름도 뭔가 모르게 귀하고 고급스러웠다. 여름엔 문 옆에 서늘한 흙바닥 위에서, 겨울이면 연탄아궁이 옆으로 자리를 옮겨 주어 따뜻하게 지냈다.  


    사람 눈에 들면 개들도 그런가 베스는 동네 수컷들에게도 인기다. 한 번은 베스가 매어 놓은 줄이 풀려서 집 문 밖에 나간 적이 있다. 어디선가 수컷 똥개 한 마리가 귀신같이 나타나 영차영차 궁둥이를 맞대고 한바탕 큰 일을 벌이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얼마 후 베스와 똥개가 섞인 잡종 새끼 몇 마리.

       

    그 일이 터지고 나서 아부지는 베스의 개줄을 제일 비싸고 튼튼한 쇠줄로 바꾸었다. 새 줄은 쇠고리로 연결하여 끊기지도 얽히면 잘 풀리지도 않았다. 그래도 걱정되어서 결코 줄이 풀리지 않게끔 기둥에 줄을 여러 번 돌려서 감아 두었다. 아부지는 매년 한 번 베스를 어디론가 데려갔다가 오셨고, 얼마 후면 베스는 어김없이 젖이 커지고 늘어지며 배가 불렀다. 그렇게 낳은 새끼들은 생김새나 털색은 어미와 같기도 했지만 일부분만 닮은 게 더 많았다.


    베스는 새끼를 낳으면 무섭게 변한다. 주인도 몰라본다. 새끼에게 가까이 가면 코에 세로로 굵직하게 주름이 여럿 잡히도록 잔뜩 찡그리고 입술을 벌리며 허연 이빨을 드러낸다.   

      

    "그르릉 그르릉" 


    다가오지 말라고 겁을 준다. 손이라도 댈라치면 가차 없이 문다. 젖을 떼면 강아지들이 하나둘 보이지 않다가 얼마 후 흔적도 없이 몽땅 사라진다. 아부지한테 어디 갔냐고 물으면 좋은 데 갔단다. 아부지는 동네 똥개들과 다르게 이쁘장한 개를 암컷으로 키우고, 잘생긴 수캐를 골라 접붙이고, 예쁘고 잘생긴 강아지를 받아서 장날에 맞추어 내다 파셨던 거다. 여덟 식구 먹여 살리려고 한 거다. 그걸 알게 된 이후로 강아지가 어디 갔는지 묻지 않았다.    




    ㅡㅡㅡ




    오늘은 가게 가는 날

     

    엄마, 아부지는 가게 해서 돈을 벌고, 가게는 쌍다리 근처 뻐스부에 있다. 뻐스부는 원주 바깥으로 서울, 춘천, 충주, 제천, 여주로 가는 뻐스가 죄다 모이는 곳. 집에서 한참 멀다.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봄날 오랜만에 베스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이상하게 여느 때와 달리 산책이 좋다고 앞서 뛰지 않는다. 줄에 묶인 채 얌전하게 어슬렁어슬렁 내 뒤를 따른다. 모퉁이를 오른쪽으로 돌아 수송부대 정문 앞을 지나고 새다리를 건너면 바로 봉천내 둑방길이다. 이 길을 타야 가게까지 가장 빠르다.  

     

    둑방길. 둑방 위로 낸 길은 흙길이다. 폭은 구루마 한 대가 다닐 정도. 양쪽 길가는 풀과 꽃으로 계절을 뽐낸다. 봄이면 앉아서 뜯는 쑥과 드문드문 민들레, 여름엔 허리 굽혀서 줄기째 쑥 뽑는 강아지풀, 엄마가 잎 따서 끓는 물에 데쳐서 된장에 비벼 주는 비듬나물, 가을이 되면 선 채로 마주 보는 키 큰 코스모스 꽃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겨울엔 풀, 꽃 다 지니 쓸쓸하다. 둑방길은 눈 오면 사람들 발에 금방 밟혀 뭉치고 굳어서 미끌미끌, 눈 녹으면 질척질척. 맑은 날이 더 많아 흙먼지 날리지만 자전거 씽씽 달릴 정도로 단단하다. 강추위에는 치악산에서부터 내리치는 바람까지 더해지면 귀때기가 떨어져 나갈 듯 매서워 검정 털 귀마개나 엄마가 털실로 짠 새빨강 빵떡모자 없이는 지나기가 걱정된다. 둑방길은 자 대고 선을 그은 듯 직선으로 죽 뻗어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린다.    


    판자촌. 둑 왼쪽이 봉천내, 오른편이 평원동이다. 앞쪽으로 봉천내를 가로지른 기차 철다리가 보이고, 그 아래를 지나 쌍다리까지 길이 이어진다. 둑 아래로는 둑길 폭만한 길이 둑길과 나란히 있다. 그 길 옆은 수로. 방 한 칸 폭에 어른 한 길 깊이니 장마에 물이 불으면 빠져 휩쓸릴까 겁난다. 수로는 봉천내를 가로질러 기차가 달리는 철다리 아래에서 내의 허리를 따서 수문을 냈다. 새다리 아래 정지뜰 미나리 밭에 물을 대려고 수로를 만든 거. 둑 아래 길 입구쯤에서 수로를 나무다리로 건너면 물길 따라 판잣집들이 따닥따닥 붙어서 기다랗게 줄을 선다. 집은 소위 계급장 모양에 도화지 크기만 한 돌로 이를 맞추어 켠켠이 쌓은 축대 위에 지었다. 판자는 햇빛과 비와 바람에 검게 바래서 집들이 지은 지 오래되었음을 말해 준다. 판자촌 뒤편이 부자 동네 평원동이어서 원주에서 제대로 지은 기와집은 거의 다 여기에 몰려 있다.  

     

    베스와 둑방길에 들어선다. 베스와 앞산 가는 소로는 가끔 다녔지만 베스는 이 길이 처음이다. 베스는 얼마 안 되는 걸음에도 지쳤는지 가쁜 숨을 몰아쉰다.   

       



    - 모정 -  




    이때다.  


    "컹컹컹"   

      

    둑 아래쪽에서 개가 우렁차게 짖는 소리. 고개 돌려 보니 온몸이 희고 다리가 긴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우리 둘을 향해 힘차게 달려온다. 얼핏 진돗개 같지만 놓아기르니 똥개다. 흰둥이가 둑을 타고 겅중겅중 순식간에 코 앞에 닥친다. 너무 갑작스러워 이 개가 미쳤나 당황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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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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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nohss@gmail.com님의 댓글

    sknohss@gmail.c… 아이피 (119.♡.167.198) 작성일 Date

    한 번에 안 돼서 쪼개요~ 재미로 봐 주세요. 한때는 이런 시절이 있었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