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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높은 시선의 성숙한 시민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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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노경민 (123.♡.33.101)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4회   작성일Date 25-01-19 15:07

    본문

    왜 헌법인가?


    해외여행 가기 전에 주의 깊게 들여다 봐야 하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다. 문화를 알아야 그 나라에서 발생할 분쟁과 갈등을 사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나라에 오랫동안 몸 담은 사람이 아니라면,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문화를 보다 빠르게 파악하고 싶다면, 그 나라 사람들의 말과 행동의 지침을 제시하는 법을 봐야 한다. 그리고 법 중에서도 법인 헌법을 보는 게 좋다. 물론 헌법이 구체적인 현실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나라의 문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 


    이는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볼 때도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진보냐 보수냐를 논하며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헌법을 빼놓고 이를 논하기 시작하면 공허하게 다가온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기본 질서이자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최상위 규범이다.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을 시작으로 법치주의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이해한다면, 대한민국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자각하고 사회적 책임과 권리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헌법은 모든 법률 그리고 정책의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숙지한다면 정책과 사회 문제에 대해 보다 높은 시선으로 들여다 보며 생각할 수 있다. 높은 시선의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 굳이 맹자, 공자를 찾아나설 필요는 없다.



    왜곡하지 않으려면


    대한민국 헌법의 텍스트만 놓고 보면, A4 용지 한 장 분량에 가깝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과거 방송인 김제동씨가 헌법을 사랑한다고 외쳤으나, 왜곡된 발언을 하여 비판을 받은 것도 이에 기인한다. 추상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진 헌법을 왜곡하지 않고 이해하려면, 헌법의 기본 원칙과 판례까지 들여다 보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헌법 해석 원칙은 크게 통일성의 원칙, 실제적 조화의 원칙, 적정성의 원칙이 있다. 헌법의 모든 조항이 상호 연관성을 갖고 있어, 일관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헌법은 하나의 통합된 법 체계이므로, 개별 조항을 독립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들여다 봐야 한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비판 받은 이유는 개별조항을 독립적으로 보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통일성 원칙을 예로 들자면, 헌법 제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고 규정하고, 제 37초 제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한 제한과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제한할 때 두 가치가 충돌하게 된다. 

    여기서 헌법은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안보와 기본권 보장을 모두 고려하여, 집회의 목적이 폭력적이거나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지 않을 경우 금지가 아닌 제한적 허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헌법의 전반적인 가치와 체계적인 일관성이 유지되는 것이며, 헌법 제 10조에서 명시한 기본권이 절대적이라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 2000헌바67·83)


    실제적 조화원칙을 예로 들자면 헌법 제 2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헌법 제 10조는 명예와 인격권을 포함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한다. 그런데 언론 보도가 특정 인물에 대해 부정확하거나 과도한 비판을 담아 명예를 훼손할 경우 헌법 제 21조와 헌법 제 10조가 충돌하게 된다. 실제적 조화원칙에 따르면 이 경우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이를 남용하여 개인의 명예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명예훼손과 관련된 판례*에서 법원은 표현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사실에 기반한 경우 처벌하지 않지만, 단순히 개인을 모욕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경우에는 책임을 물린다. 이는 두 권리 간의 균형을 잡기 위한 실제적 조화 원칙에 따른 것이다. (* 2017헌마1113)


    기능적 적정성 원칙은 헌법 조항의 해석과 적용이 선언적 차원으로 머무르는 게 아닌,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헌법은 단순 이념을 나열하는 게 아닌, 이를 통하여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국가 기관 간의 조화를 이루며 국민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헌법 제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 원리를 국가 활동에 반영하라는 지침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하여 선거 제도와 권력 분립, 기본권 보장 등이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도록 설계되고 작동한다.

    권력분립의 원칙은 국가 권력이 입법, 행정, 사법부로 나뉘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헌법적 구조이다. 기능성 적정성은 권력분립을 고정된 구조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각 기관이 상호 협력과 견제를 통해 국가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해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헌법 제 76조)는 평상시 입법권이 국회에 귀속되나, 비상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할 경우 행정부가 입법적 역할을 부분적으로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이는 권력간 협력과 현실적 가능성을 고려한 해석 사례다. 

    (* 93헌마186 결정)


    더 높은 시선의 성숙한 시민이란 단순 헌법을 달달 외는 게 아니다. 그러다간 여느 방송인처럼 왜곡하여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헌법의 해석 원칙인 통일성의 원칙, 실제적 조화의 원칙, 적정성의 원칙이라는 틀을 놓고 곰곰히 생각하고 들여다 보려는 태도야 말로 더 높은 시선의 성숙한 시민의 자세일 지도 모른다.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 헌법을 다룬 인문 서적을 볼 수 있지만 몇몇은 정치적인 색깔이 있다. 그래서 차라리 얇게 빠진 헌법 국가고시 수험서를 보는 게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헌법을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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