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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 받은 책이 아직까지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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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황소똥꼬집 (123.♡.33.101)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816회   작성일Date 24-10-14 20:19

    본문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한국인이라니~ 다들 그녀의 책을 구매하려고 하지만 난 아직까진 관심 없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으려 한다는 것 자체는 가치 있다. 독서는 짧은 시간 내에 나를 빠르게 확장시킬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독서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나를 던져놓고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변화와 전환되는 방식을 목격하게 된다. 변화와 전환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감정 이입 그리고 유머는 나를 새로운 곳으로 연결시켜준다. 이 연결을 통해 이해와 공감의 영역을 쉽게 넓힐 수 있다. 물론 이해와 공감의 영역이 좁아도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독서가 좋은 이유는 낯선 세계와 연결될 때 따라오는 뜨거워짐, 심장의 쿵쾅거림 때문일 것이다. 이는 낯선 이성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졌을 때와 조금 다른 특별한 것이다. 과거 극소수의 여성들이 내 헛소리를 듣고 동공이 확장되는 이유도 아마 이와 같지 않을까?

    (* 도끼병 중증 말기 증상)


    독서는 다른 사람이 펼처놓은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연쇄적인 접촉이다. 그런데 이 접촉들 중 어떤 것은 나의 무의식, 욕망을 가리킨다. 때로는 가리키는 걸 넘어 간지럽히고 때로는 강하게 찌르기도 한다. 이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매우 짜릿한 자극이다. 재미있고 매력적인 책들은 나의 의식 뿐만 아니라 무의식을 나에게 보여준다. 그렇게 내 인지세계는 지각변동이 일어나 새로운 세계로 바뀌어 가기도 한다. 그런데 새롭게 바뀐 세계, 리모델링한 나의 인지체계가 다른 사람과 유사하거나 비슷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읽는 책에서 자주 인용되어 강렬한 호기심이 따라오지 않는 한, 베스트셀러나 유명 고전,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책을 찾아보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의 추천이 아닌, 본인의 기호와 호기심에 의하여 닿은 책이야 말로 그 사람 만의 세계가 고유하고 유니크하게 형성될 것이며, 이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또 다른 무언가에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물론 같은 책을 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독 속에서 만들어 낸 자기만의 세계가 누군가와 비슷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에, 베스트 셀러보다 이제는 구하기 힘든 절판된 책을 가치있게 여긴다. 더 나아가 쉽게 언급되지 않는 작가들을 찾아 나서게 된다. 모두가 아는 유명 작가들을 말할 때, 혼자 조용히 '가스통 바슐라르'와 같은 저자를 굳이 들여다 보는 이유다. 이름에 '가스통'이 들어간 덕에 이 저자를 소개할 때마다, 몇몇 사람은 "가스통 뭐라고..? 책 이름이야?" 라고 되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가. 스. 통. 바. 슐. 라. 르. 프랑스 사람이야." 라고 답한ㄷ .


    "세계는 보여지길 바란다. 바라보기 위한 시선이 존재하기 전에..." (뒤는 기억 안 남)

    가스통 바슐라르의 <꿈꿀 권리> 초반부에 나오는 문장은 무언가를 콕콕 찌른다. 그는 세계를 살아있는 존재처럼 묘사해놓았다. 세계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고, 세계가 살아있을 것이란 상상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나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이 문장 하나에 혼자 심취해서 숨을 쉬는 듯한 세계와 어떻게 접촉할 것인지 혼자 질문을 던지고 혼자 답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방구석에서 혼자 생각하기에는 생각이 끊임없이 튀어나와 결국 산책과 조깅을 하며 공상에 빠진다. "이 세계는 무엇이 보여지길 바랄까??" 그렇게 나는 길거리를 더욱 구석구석 살피게 된다. 그렇게 <꿈꿀 권리>는 더 이상 들춰보지도 않고 세계에 관한 책을 찾아서 읽게 된다. (* 어쩌면 ADHD 말기일지도..?)


    최진석 교수님 또한 피카소가 하루 100장의 비둘기 다리만 그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런데 가스통 바슐라르도 예술가는 빈둥거리다 영감이 떠올랐을 때 작품활동하는 사람이 아닌, 인내와 열정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직조하는 사람이라 하였다. 독서의 재미는 여기에 있다. 고유한 세계인 줄 알았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와 연결된 지점을 발견하는 맛! 그렇게 이질적인 책과 책 사이에 새로운 맥락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야 말로 나만의 세계이자 관심사, 욕망 그리고 궁극적으로 닿고 싶은 나 자신, 소명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 베스트셀러에 관심이 시들한 이유는 나만의 맥락과 흐름, 알고리즘을 지키고 싶은 마음일 지도 모른다. 이 감정을 세 글자로 줄이면 똥고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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