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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에세이 시험] 구체적인 현실 세계(世界)와 추상적인 개념(概念) 사이 관계를 논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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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변진영 (218.♡.110.70)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6,014회   작성일Date 23-10-22 01:28

    본문

    구체적인 현실 세계가 모래사장이라면, 추상적인 개념은 모래성이다.
    구체적인 현실 세계가 오늘이라면, 추상적인 개념은 어제 또는 내일이다.
    현실 세계는 모래사장이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정보들은 모래사장의 모래알처럼 셀 수 없이 많다. 모래사장에 있는 모든 모래알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불가능하듯 현실 세계를 완벽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보는 현실 세계는 모래사장에 있는 모래를 손으로 쥐었을 때 손가락 틈 사이로 빠져나가 손바닥 위에 얼마 남지 않은 모래에 가깝다.
    추상적인 개념은 모래성이다. 모래성은 모래사장에 있는 일부 모래에 물을 묻혀 가공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모래를 손으로 쥐어 살필 때 비해 비교적 명확하게 들여다보며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모래성은 모래사장에 있는 모든 모래를 끌어다 만드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추상적인 개념으로 현실 세계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으나, 현실 세계의 일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이유다.
    구체적인 현실 세계가 오늘이라면, 추상적인 개념은 이미 지나가버린 어제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다. 내가 마주한 현재는 보편적인 지식들을 대거 활용해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지나간 어제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은 보편적인 지식, 추상적인 개념들을 대거 활용하면 완벽에 가까운 것처럼 분석하여 들여다볼 수 있다. 하지만 완벽해 보였던 어제에 대한 분석은 시간이 흐르면서 의견이 분분해져 균열이 발생한다. 오차가 없어 보였던 내일에 대한 분석 또한 오늘에 닿으면 어긋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각종 경제연구 보고서가 매 분기마다 과거의 분석을 뒤엎고 부지런히 수정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현실 세계는 이미 지나간 어제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처럼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실은 우리의 시선 밖으로 벗어나기 위하여 손가락 틈 사이로 빠져나가 모래사장으로 사라지듯, 과거로 숨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손가락 틈 사이로 사라지는 모래알처럼 현재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추상적인 개념에 가까운 구조물인 모래성으로 환원하려 한다. 가장 견고해 보이는 모래성은 암석, 아스팔트가 아닌 모래사장 위에 자리해야 하는 것처럼 견고한 추상적인 개념이 되려면, 현실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어야 한다. 모래알이 한 줌도 없는 암석, 아스팔트 도로 위에 모래성이 놓이면 시간이 지나 폭싹 주저앉아 볼품없이 흩어져 버린 모래로 전락하듯.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현실 세계를 명확하게 포착하여 설명하려 하지만 빈틈이 있다. 이 빈틈은 직관과 감성의 영역으로 채워진다. 직관과 감성이 발달된 사람은 모래성을 만드는 걸 넘어 아름답게 꾸미는 데 능하듯이,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추상적인 개념을 만들 수 있다.
    추상적인 개념을 만드려고 하는 게 아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개념만 쫓는 사람들은 직관과 감성으로 채워진 영역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현실을 외면할 때가 있다. 과거만 쫓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만 예측하느라 현실을 외면하는 정신승리자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반면에 현실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하여 추상적인 개념과 보편적인 지식 그리고 직관, 감성을 모두 활용하는 사람들은 개념의 창시자를 넘어 역사의 승자로 기록된다.

    모래사장을 이해하면 모래성을 잘 만들 수 있으나, 모래성을 잘 만든다고 하여 모래사장을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
    오늘을 훌륭하게 보내면, 지나간 어제와 다가올 내일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겠지만, 지나간 어제와 다가올 내일을 아름답게 가꾸고 계획한다고 하여 성공적인 오늘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세계와 추상적인 개념도 그렇다.

    구체적인 현실 세계가 모래사장이라면, 추상적인 개념은 모래성이다.
    구체적인 현실 세계가 오늘이라면, 추상적인 개념은 지나간 어제 또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다.
    구체적인 현실 세계가 기본학교에 임하는 나의 태도라면, 추상적인 개념은 기본학교 커리큘럼이다.
    구체적인 현실 세계가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겼지만 젓가락이 가지 않는 제육볶음이라면, 추상적인 개념은 내가 사랑하는 제육볶음이다.
    구체적인 현실 세계가 동글동글한 두상에 9mm의 짧은 백발 머리, 윤기가 흐르는 피부, 확신에 찬 눈빛, 두서없는 말이 귓가를 맴돌아도 입술을 굳게 닫고 조용히 들어주는 인자한 아저씨라면 추상적인 개념은 노장철학의 대가, 서강대 명예교수, 새말새몸짓 이사장, 기본학교 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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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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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님의 댓글

    이창훈 아이피 (211.♡.4.136) 작성일 Date

    모래사장 비유 멋지네요!
    덕분에 '오늘'을 새로운 모습으로 형상화해볼 수 있었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