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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허슬가이즈’의 멤버 용원이의 스케줄은 늘 빽빽했다.
그는 항상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하는 활동이 있었는데, 그건 예술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남들이 모르는 진실을 하나 알고 있었다.
모든 인간은 예술가로 태어나고, 예술가로 살아야 하는 숙명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예술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다른 예술과들과의 소통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교류활동이 자신에게 자극이 되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용원이는 문득 알게 된 것이 있었다.
음악가들의 모임에서 이러저러한 대화를 해보니, 작사 작곡을 누가 하는지가 늘 중요한 화두였던 것이다.
그때 용원이의 등줄기에는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예술가는 커녕, 예술가 근처에 가고 있지도 않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이다.
평소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라는 타이틀이 늘 따라다니는 용원이었기에, 그는 스스로가 예술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신이 작사, 작곡을 하여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다면, 예술가가 아니라는 자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스스로를 남이 쓴 가사와 멜로디를 그저 충실히 이행하는 꼭두각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 활동을 통해 번 돈 또한 진짜 예술가들이 만든 부의 부스러기를 모았을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조급한 마음이 들었고,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바로 작사 작곡을 시작했다. 잘 모르지만 우선 시작해야 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작사 작곡을 해봐도 뻔한 메시지와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그의 생산물들이 아름답기는 커녕 추하게 느껴졌다. 그는 스스로가 추한 존재임을 알아버렸다.
남들이 하는 얘기를 똑같이 따라하거나, 조금 바꿔서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는 한번도 살아있던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우주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는 그런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아니, 죽일 필요도 없었다. 없는 존재이므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혁신이 필요했다.
그의 머리속에는 질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좋은 음악이란 뭐지?’, ‘좋은 가사란 뭐지?’, ‘어떤 음악이 잘 팔릴까?’
자신이 던진 질문에 나름의 답을 해가며, 용원은 분투했다.
격렬한 발버둥과, 쉼 없는 발악.
궁극의 질문에 도달하는 날에, 용원은 그제서야 세상에 나타날 것이다. 처음으로 예술가가 될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Petorutti, E. (n.d.). The People’s Song. [Painting]. Location Unkn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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