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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민석 (175.♡.230.114)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765회   작성일Date 24-03-08 20:59

    본문

    《비밀번호》
                                조우연

    보도 볼록 틈에서 피어난
    씀바귀 한 송이가
    비밀번호일 순 없나

    wy3562!! 같은
    아라비아 숫자와
    영어 소문자와 특수기호로 조합된
    비밀번호가 아니라
    납작한 굴참나무 그늘과
    개미 한 마리와
    개미에게 끌려가는 죽은 잠자리의 영혼으로 조합된
    비밀번호로 변경해서
    공인인증서를 받고
    송금을 하고 대출을 받고
    증명서를 떼면 안 되나

    자꾸 잊어버려
    5회 비밀번호 오류에 걸릴 일 없이
    양은 숟가락을 쥔 손들이
    시장 보리밥집에 모여 탁주를 들 때
    훤한 대낮, 잔속에 뜬 웬 보름달로
    국세청 홈페이지를 로그인할 수도 있을 것이고
    고마리 수풀 가슴 언저리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 이 울음을
    엄마를 기억하기 위한 비밀번호로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구멍 난 시엽지에 쓴 연시 한 구절로 내가
    추가 인증 없이 언제든
    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듯이

    * 오늘 하루 반항아적 태도를 잠시 접어두고 내 한 몽뚱이 대타자의 지시에 맞춰 동분서주 했다. 그에 대한 보상은 약간의 금전적 보상과 대부분의 사람과 비슷하게 살았다라는 편안한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과연 보상일까? 이것은 '대가'가 아닐까?
     여기서 대가라는 용어를 단순히 열등감으로 인한 양심의 가책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은 아니다. 그럴 의도였다면 초자아적 형벌로써 '처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게 더 적절했을 것이다.
     노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맡겼을 때 눈에 들어온 낯선 글자들. 늘 똑같은 방식의 선전이나 광고들로 빼곡했던 창문들에서 유독 낯선 것을 붙이고 있는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검은 눈썹들 속에서 하얀 눈썹이 유독 신비하게 보이는 것이 이와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느끼는 자와 나는, 이번만큼은
    그 존재론적 차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영화《메트릭스》의 '빨간약'의 무게감에 절규하는 등장인물들이 생각나는 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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