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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의 의미(최진석 교수님 신간 "건너가는 자"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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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벽돌맨 (211.♡.181.17)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3,506회   작성일Date 24-07-24 14:1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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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너려는 자, 건너간 자도 아닌 건너가는 자라는 제목은 인간에 대한 저자의 철학을 나타내기에 가장 알맞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인간이 어떠한 상태에 도달하거나 도달하려고 준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어떠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이는 자라고 정의한다. 도서의 표지에 그려져 있는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을 표방한 일러스트도 이를 방증한다. 보통 성공이라고 하는 것들은 어떠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에 취업한다든지, 돈을 얼마만큼 번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로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망을 설정하고 그 욕망을 향해 평생 걸으라 한다.

     

     그러나 종종 욕망은 멀리 있고 닿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욕망은 위대하고 아름답지만, 현재 자신의 처지는 비참하고 보잘것없이 느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의 말대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망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 순간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낼지 고민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떠한 것이라면 이 순간을 단순히 어떠한 것에 도달하기 위해 희생하는 시간이라 여기지 않고 이 순간 그 자체에 집중하여 감사함을 느끼고 살아야지만 지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향해 걸을 수 있다.


     이 주장에 대해 나의 경험을 예시로 들자면,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30년 인생 동안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서 솟아난 욕망이다. 그래서 나는 그림 그리는 행위가 내 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망을 품었다. 그러나 욕망과는 반대로 현재 나의 그림 실력은 형편없게 느껴졌고, 나아갈 방향 또한 희미해 보였다. 욕망은 멀리 있고 현실은 비참했기 때문이다. 이때 내가 좋아하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 그 자체임을 깨닫고 하루에 30분이라도 매일 그림을 그리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후 나는 비참함에서 벗어나 이 순간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고 욕망을 향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반복되는 행위를 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낀다. 그러나 한가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른 사람인 것을 깨닫는 것이다. 질 들뢰즈의 저서 차이와 반복에서는 인간의 인식 체계는 반복을 동일한 것으로 느끼는 오류를 범하지만 반복으로 인한 무한한 차이가 없다면 어떠한 창조도 있을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행하는 반복이 다른 나를 만들어 내는 창조의 과정임을 깨달아야 한다.

     

     욕망을 품지 않으면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현재를 살아가지 않으면 욕망에 다다를 수 없다. 욕망과 현재의 삶, 그것을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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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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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팔이님의 댓글

    경팔이 아이피 (218.♡.110.45) 작성일 Date

    오~~ 차이와 반복.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그림도 직접 그리신 건가요? 그림이 주는 분위기가 좋네요. 가장 좋은 이유는 다리가 없다는 점이에요.

    다리가 보이지 않아 저 두 사람은 진짜 존재하는 것인지, 다리가 없어 두둥실 떠 다니는 유령처럼 환상 속 존재는 아닌지와 같은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한 사람이 모자를 쓴 것으로 보아 키스하는 장소는 야외거나, 집에 들어오자 마자 진한 키스를 나누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두 남녀의 키스가 아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꿈이나 야망에 이르고자 하는 욕망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처럼 다가옵니다.
    다리가 없는 것으로 보아 물리적인 세계와 완전히 구분되는, 꿈속의 장면처런 느껴지게 하거든요.
    팔은 있지만 다리가 보이지 않는 것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꿈과 야망에 닿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