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불완전성은 무엇으로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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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에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토론을 구경했다.
A는 원자력 발전소가 완벽하게 안전하다.
B는 그래도 원자력 발전소는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정도로 보였다.
사실 나는 문맹이고 글이 너무 길어서 도중에 읽다가 끊었다. 다만 이 토론을 구경하면서 느낀 점은 객관적 사실에 가까운 과학만 읊으려는 A가 오히려 사이비 종교인처럼 느껴졌다는 점이다.
자연과학은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자연과학은 거의 다 귀납적 추론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조금 바꿔서 바라보면, 귀납적 추론으로 이루어진 자연과학은 절대적인 정답이 아닌, 거짓으로 증명될 때까지만 잠정적으로 가설이 고수되는 셈이다. 그래서 과학은 잠정성, 불완전성을 품고 있다.
물론 과학은 구체적인 경험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론이다. 그만큼 사실에 가까우므로 불확실함을 마주했을 때 이를 따르는 게 맞다. 하지만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과학의 논리만으로는 부족하다. 과학에는 잠정성, 불완전성이란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미각의 종류에 감칠맛이 추가되고 태양계 행성에서 명왕성이 퇴출된 것만 보아도 그렇지 않나. 과학의 불완정성을 다룬 이야기는 영화 <설국열차>의 도입 부분에서도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하여 냉각제인 CW7이란 약품을 사용했다가 빙하기가 왔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신약이 개발되어 비싼 돈을 지불해서 복용했는데, 제약회사가 여러 비용 문제로 장기적인 부작용을 고려하지 못했다면, 수년 뒤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과학적 사실이 절대적인 진리에 닿을 수 없는 이유다.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그렇다. 절대적인 진리와 정의, 정답은 없다. 모든 것들이 불완전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귀납적 추론 방식으로 드러난 과학 또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을 수 있으므로 불완전성이란 빈틈이 있다. 그러므로 과학만을 절대적인 답이라 볼 수 없다. 과학적 근거만을 절대적인 진리이자 답이라고 숭배하는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갈 것이라며 두려워하는 사람과 비슷하게 보이는 이유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들을 듣고 보고도 불안감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증거가 있을 것이라는 과학의 불완전성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적, 수학적 사고로 결과를 유추한다면 구체적인 사실에 가까워질 수는 있다. 하지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귀납적 추론 방식에는 아직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란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빈틈이 상대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원인이다. 이 빈틈은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귀납적 추론으로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이 빈틈이 수사학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사학은 귀납적 추론을 통한 구체적인 경험과 확실성보다 개연성 그리고 유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연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제다.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는 인정된 전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근거를 사용했어도 이를 지지하거나 반대되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음모론인 달 착륙이 거짓이라는 주장, 소수의 유대인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부족하여 오히려 증거로 통하는 셈이다. 증거가 부족한 것은 증거가 은폐되었다는 증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수사학은 거짓 선동에만 자주 활용될 뿐 과학을 대중에게 설득하기 위한 쪽으로 활용된 걸 보기 어렵다.
확실성에 가깝고 과학적이라는 명분이 있음에도 설득에 실패하는 풍경이 벌어지는 이유는 상대방의 감정, 감수성 그리고 수사학을 배제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설득하고 싶다면 유명 과학자를 언급하고 객관적인 연구자료, 논문, 데이터만 들이밀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과학의 빈틈을 채워 상대를 납득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째서 과학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수사학과 상대의 감정을 외면하고 과학적 데이터만 들여다 보며 나열하고 있을까? 이는 마치 경전만 들여다 보며 따라 읊기 바쁜 사이비 종교인을 보는 듯 하다.
어쩌면,, 이들 또한 최진석 교수님의 말씀처럼 경계에 서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글을 쓰면 나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난 여기도 저기에도 서 있지 못한 상태로 붕 떠 있는 상태다. 왜냐하면 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난 원자력 보다 제육볶음을 무한으로 먹을 수 있는 강한 경제력을 꿈꾼다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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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창훈님의 댓글
이창훈 아이피 (211.♡.4.136) 작성일 Date
귀납, 추론, 개연성, 유추, 전제 등 고도로 추상된 개념이 군데군데 놓여 있어선지
처음 두어 번 읽어보고, 다음날 또 읽어보고, 며칠 지나 다시 읽어보고서야 나름 생각이 정리되네요 :)
이제까지 과학과 수사학을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했는데, 서로 성질이 다른 듯한 과학과 정치를 수사학이 연결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10대 후반 동네 도서관에서 레너드 믈로디노프라는 과학자의 책을 발견한 일이 제 삶에서 마주한 큰 사건 중 하나인데요,
그분의 수사학과 한글 번역가 분들의 수사학이 과학과 제 사이에 다리를 놓아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연혁 교수님의 사각형 설득 이론으로 살펴보니 진영님의 글에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 스토리가 다 들어있네요!
변진영님의 댓글의 댓글
변진영 아이피 (218.♡.110.45) 작성일 Date
헉~!!!!!!!!!!!!!!!!!!!!!!!!!!!!!!!!!!! 처음 두어 번 일곡 다음 날에 또 읽어야 했을 정도면... 제가 생각 정리를 제대로 못했나보군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앞으로는 125,192,996,992번 정도 더 생각해봐야겠다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