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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218.♡.116.5)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851회   작성일Date 24-04-27 17:05

    본문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닌 것'과 '나인 것'이 복잡하게 섞여 있는 듯 보인다.

    '내가 아닌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나인 것'은 무엇이 있을까?


    지금의 나를 관찰해본다. 거대하고 물렁물렁하다.

    '나'라는 단단한 중심 위로 ‘내가 아닌 것'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듯하다.

    ‘내가 아닌 것'을 차례로 떼어내고 도려내어야겠다.


    거대하고 물렁물렁한, 중형차 한 대 정도 크기의 나.

    가장 물렁물렁하면서도 큰 덩어리인 ‘체면’을 떼 내 본다. 툭. 생각보다 쉽게 떨어진다.

    그 다음은 '유행'이다. 이것도 쉽게 툭 떨어진다.

    그 다음은 '지위’이다. 이건 좀 단단하게 붙어있다. 손이 좀 아프겠다. 툭. 어렵게 떼어냈다.


    이제 경차만한 ‘나'가 남았다. 아직 그래도 떨어져 나갈 것들이 많아 보인다.

    ‘나 아닌’ 덩어리들을 떼 내며 중심부로 갈 수록, 덩어리는 작고 단단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점점 떼내는 작업이 어려워지겠군.


    이번에는 ‘관계’이다. 단단하고 묵직하며, 아주 강하게 붙어 있는 녀석이다.

    떼기가 쉽지 않다. 손톱이 빠질 것만 같다.

    날카롭게 벼린 낫으로 빈틈을 파고들어 비튼다. 쩍 하는 소리 후, 툭 하고 떨어졌다.


    쉬지 않고 덩어리를 떼 내 본다. 추억, 지식, 감정, 감각… 셀 수 없이 많구나.

    깊이 들어갈수록 단단한 덩어리들이 강하게 붙어있다.

    덩어리를 떼는 작업도 고단하지만 떼고 난 후에 찾아오는 통증은 더욱 견디기가 힘들다.

    눈물을 흘리며 ‘이걸 도대체 왜 떼고 있지?’를 스스로 묻고, ‘나를 알고 싶으니까’라고 자답한다.


    덩어리를 떼 내면서도 ‘이 덩어리는 나 아닌가? 이걸 과연 떼는게 맞는가?’ 수백번 묻게 된다.

    그럴 땐 반대로도 물어본다. ‘이걸 뗄 바엔 죽는게 나은가?’ 답이 ‘아니’라면, 과감히 떼낸다.

    정신을 놓고 쉼없이 작업을 계속해본다. ‘아, 여기가 끝이구나' 느껴질 때까지.


    아, 여기가 끝이구나.

    이제 호두만한 ‘참 나' 가 남았다.

    자세히 보니 질문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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