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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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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59.♡.252.12)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2,314회   작성일Date 24-04-26 07:39

    본문

    자기의 욕망을 알고, 욕망에 기초한 삶을 살라는 철학자의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나에게 묻는다. 나에겐 어떤 욕망이 있는가? 눕고 싶은 욕망, 먹고 싶은 욕망, 마시고 싶은 욕망, 게으르고 싶은 욕망, 유튜브 보고 싶은 욕망, 그리고 어울려다니고 싶은 욕망이 보인다.


    그 철학자는 지식의 집행자가 되지 말고 욕망이 지배하는 삶을 살라는 말도 했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거침없이 추구하는 야성을 발휘하라고도 했다. 그래. 이 말도 일리가 있구나. 오늘부터 먹고 싶은건 다 먹고 자고 싶을때 벌렁 누워서 자야겠다. 출근 하기 싫은 날에는 그냥 누워서 뒹굴거리기나 해야겠다.


    아, 이 얼마나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인간의 삶인가. 만족스럽다. 부지런해야 하지 않냐고? 공부를 해야 하지 않냐고? 성실해야 하지 않냐고? 그런 정해진 바를 이행하는 건 너희들이나 해라. 나는 인간이 되고자 한다. 착실한 삶을 이행하는 너희들은 노예이다. 부디 그 진실에 눈을 뜨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성인은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않는다'고 했다. 성인의 말대로 내 배가 원하는 건 다 먹었고, 내 몸이 눕고 싶을때면 벌렁 누웠다. 궁극의 만족감이 느껴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만족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공허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 수준이 낮아서 그렇구나. 동네 치킨집의 치킨을 먹는게 문제였어. 미슐랭 3스타의 닭요리를 먹어야 내 배가 더 만족할 수 있겠구나. 요리도 지식이다. 높은 지식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아니고서는 나의 만족을 야기할 수 없는 것이구나. 잠도 아무데나 벌렁 누워 자지 말고 헤스텐스에 누워 잠을 청하자.


    아, 역시 만족스럽구나. 철학자의 말이 맞았어. 지식의 수준이 높아야 하는 것이야. 나의 수준이 높으니 내가 소비할 것들의 수준도 높아야 하는구나. 닭의 품종은 무엇이 있는지, 몇 도에서 얼마나 조리를 해야 가장 좋은 육질을 맛볼 수 있는지 정도는 알고 먹어줘야 비로소 '먹었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여전히 이상하다. 이 지구에서 가장 맛있는 닭요리를 아무리 먹어도 느껴지는 만족감에는 한계가 있다. 만족감을 높이려고 먹으면 먹을수록 물릴 뿐이다. 지루하고 공허하다. 이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 궁극의 만족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인간은 도대체 언제 가장 큰 만족을 느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도대체 만족이란 뭘까? 가장 큰 만족을 느낀 인물들은 누가 있지? 자족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가 있나? 아니,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가?


    아, 그렇구나. 인간은 문화적 존재구나.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이구나. 변화를 야기할 때 인간은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는구나. 그렇다면, 나 또한 그렇겠구나. 그럼 난 어떤 변화를 야기할 때 가장 만족감을 느낄까? 나는 어떤 변화를 야기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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