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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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속 덩그러니 놓여 있는 섬 하나.
그곳에 불시착한 김 아무개와 박 아무개.
둘은 생존방안을 고심한 끝에 어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김 아무개는 섬을 세상으로 보았다.
그는 주변의 목재를 모아 조각배를 만들고, 나무껍질로 그물을 만들었다.
그의 조각배는 작고 날렵했으며, 섬 어느 해변에도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그는 촘촘한 그물을 만들었으며, 섬을 둘러싼 해변을 속속들이 헤치며 물고기를 잡았다.
그가 만든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는 물고기는 거의 없었고, 그의 그물은 늘 가득찼다.
박 아무개는 바다를 세상으로 보았다.
그는 해변에 관심이 없었고, 하루하루 먹을 물고기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는 김 아무개의 능력을 칭찬하며, 자신이 자립할 때까지만 식량을 나누어달라 요청했다.
그는 도끼를 만들었고, 아름드리 나무들만 베어 거대한 선박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또한 그물을 만들었는데, 그물코는 사람이 들어갈만큼 컸으며 그 두께는 엄지손가락만 했다.
그는 작업에만 몰두했고, 오랫동안 잡아오는 것 없이 김 아무개의 식량만 축냈다.
먹을게 넉넉했던 김 아무개는 박 아무개에게 늘 너그러이 베풀었다.
그러나 손바닥만한 물고기 하나 잡아오지 못하는 박 아무개가 안쓰러웠다.
“자네가 완성할 배는 해변에 띄울 수 없다네. 그 그물로는 송사리 하나 잡을 수 없어. 우리가 어디에서 사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네.”
박 아무개는 말없이 웃었다.
배가 완성되자, 박 아무개는 소금을 만들었다. 거대한 물통에 바닷물을 채우고 햇빛에 말렸다.
박 아무개는 소금을 창고에 실었고, 창고는 이내 소금으로 가득찼다.
박 아무개는 소금을 배 안에 실으며 김 아무개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고마웠네. 내 은혜는 꼭 갚으리다”
박 아무개는 돛을 펴고 대양으로 나아갔다. 김 아무개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며칠을 항해했을까, 박 아무개는 그물을 드리운다.
그물코가 컸던 박 아무개의 그물에 물고기는 잡히지 않았다.
굵은 그물에는 간간히 고래가 걸려들었고, 그 때마다 생사의 사투가 벌어졌다.
잡힌 고래들은 그 자리에서 염장되었다. 박 아무개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 이 정도여야지.”
한 달 쯤 되자, 박 아무개의 선박은 절인 고래고기로 가득했다.
그는 닻을 내리고 편서풍에 배를 맡겼다. 한달이 지나면 육지에 닿을 것이다.
Bruegel, P., the Elder. (c. 1555). Jonah and the Whale. [Oil on panel]. Museum of Fine Arts, St. Petersburg, FL, Unite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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