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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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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1.♡.46.95)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3,208회   작성일Date 24-07-09 01:00

    본문

    질문을 정리한 미서는, ‘미사'에게 육체가 없음을 깨달았다.

    하루빨리 ‘미사'에게 육체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미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의뢰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탑재된 ‘미사2’는, 미서가 했던 질문들에 대답을 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미사2’의 로봇은 주변 환경을 센서로 감지하고,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미서는 ‘미사2’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인식했고, 이내 안심하며 ‘미사2’를 정식 출시했다.


    시간이 흐른 뒤, 미서는 ‘미사2’가 설계한 정원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사’의 선례가 있었기에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미사2’는 ‘미사'보다 더 나았다.

    정확히 묘사할 수는 없지만, 미서는  ‘미사2’의 정원을 볼 때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졌다.

    그러나 '미사2’의 정원이 완벽한지에 대한 확신은 들지 않았다.

    미서는 다시 한번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다. 방식은 ‘미사’와의 비교 과정과 같았다.


    그래도 미서는 만족하지 못했다. 분명 '미사’보다는 ‘미사2’가 훨씬 나았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이 차이를 묘사하자면, '창백하고 섬뜩한 존재'와 ‘따뜻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존재’의 차이였다.

    미서는 ‘미사2’의 ‘속을 알 수 없는' 것에 집중했다. 이 간극마저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이 간극을 알고 싶었던 미서는, 자신이 설계한 도안과 ‘미사2’가 설계한 도안을 블라인드 비교했다.


    한장 한장 도안을 넘길 때마다, 미사는 자신과 '미서2'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차이는 형용하기 너무나 어려운 것이었지만, 미서는 끝내 적절한 표현을 찾아냈다.

    그것은 비린내였다. 미서가 생각하는 비린내의 기준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니 정확했다.

    신비하게도, 미서는 자신이 설계한 도안을 보면 몸이 반응을 했던 것이다.


    두 도안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는 질문은 아래와 같은 것이었다.

    어떤 도안을 보았을 때 식욕이 생기는가?

    어떤 정원을 마주했을 때 성욕이 더 끓어오르는가?

    미서는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욕구를 어떻게 기계에게 부여할 것인가.

    욕구는 결핍일 터, 기계가 결핍을 경험할 수 있는가. 결핍을 인식할 수가 있는가.


    무한한 절망에 빠진 미서는 다시 한번 인공지능 전문가를 찾아갔다. 그리고 물었다.

    “기계에게 욕망을 부여할 수 있습니까?”

    전문가는 대답했다.

    “비슷하게는 가능합니다”

    미서는 물었다.

    “어떻게 가능하다는건가요”

    전문가가 답했다.

    “운명에 맡기는 겁니다”


    이해가 되지 않아 여러번 되물어 보니, 전문가의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모든 인공지능에게는 ‘종자값(seed)’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어떤 알고리즘도 완전한 무(無)에서 시작할 수는 없기에, 결국 임의의 수를 초깃값으로 부여하여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 초깃값을 정하는 방식이 완전히 주사위 던지기였기 때문에, 전문가는 ‘운명'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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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ardsharps, c. 1595 Caravaggio (Michelangelo Merisi), Ita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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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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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팔이님의 댓글

    경팔이 아이피 (218.♡.110.45) 작성일 Date

    인공지능이 진정한 예술가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욕망과 결핍을 느껴야 한다!

    인공지능의 초깃값이 인간에게는 운명이라는 표현도 신선하네요. 결국 욕망과 결핍을 느껴야 초기값인 운명을 극복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