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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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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1.♡.46.95)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3,222회   작성일Date 24-07-09 00:58

    본문

    세계적인 정원사 미서는 어느 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냈다.

    지금까지 자기가 디자인한 정원의 설계도들을 학습데이터로 활용하여 ‘인공지능 정원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인공지능 정원사를 활용한다면 직접 일을 하는 것에 비해 건당 수익이 1%만 되어도 지금보다 1000배, 10000배 더 많은 의뢰를 받을 수 있어 수익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보였다.


    신이 난 미서는 바로 인공지능 전문가를 만나 인공지능 정원사 ‘미사’를 만들었다.

    ‘미사'는 누구나 쉽게 활용이 가능한 인공지능 정원사였다.

    누구나 자기 앞마당을 사진으로 찍어 ‘미사'에게 업로드하면, ‘미사'는 의뢰인이 업로드한 사진을 바탕으로 정원을 설계할 뿐 아니라 공사를 진행할 인부들과 컨택을 하여 공사 마감일과 최종 예산안까지 자동으로 내주었다.

    정원 의뢰인들이 할 일이라고는 사진을 찍어 업로드한 뒤 입금하는 일 뿐이었던 것이다.


    미서가 설계한 정원을 갖고 싶었지만 충분한 돈이 없었던 사람들은 ‘미사'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내 ‘미사'에게 정원 주문은 밀려들었고, 온 세상이 정원공사로 시끌시끌했다.

    3개월 정도 흐른 뒤, 여기저기서 ‘미사'의 정원들이 완성되었다.

    떼부자가 된 미서는 '미사'가 만든 정원들이 궁금하여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미사'의 정원들을 둘러 본 미서는 형용하기 어려운 서늘함을 느꼈다.

    대부분의 의뢰인들은 ‘미서'가 설계해 준 아름다운 정원에 감사해했고 만족했지만, 미서는 고약한 기시감에 떨었다.

    미서는 서늘함의 원인을 얼추 알 것 같았다. 세계적인 정원사인 자신을 모방해왔던 수많은 추종자들의 모작들을 보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사실 미서는 '미사'처럼 자신의 디테일을 전부 살려 모방하는 치밀한 작가는 본 적이 없었다.

    살이 베일것같은 엣지, 대중들은 미서의 날카로운 설계를 좋아했기에 '미사'의 작품에도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러나 누구보다 높은 안목을 가진 미서는 알 수 있었다. '미사'가 만든 수많은 정원은 구체적이고 특수하기보다는 막연히 보편적이었다. 그것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미서는 이 문제의 답을 찾기로 마음먹었고, ‘미사'에 의뢰된 업무들을 역추적했다.

    미서는 ‘미사'에 요청된 앞마당 사진들을 전부 받아 직접 하나하나 정원을 설계해보았다.

    미서는 자신이 설계한 정원 도안과 ‘미사'의 정원 도안을 비교해보았고, 자신이 직접 설계를 하면서 튀어나왔던 질문들도 함께 정리했다.


    그 질문들은 아래와 같았다.

    바람은 어디서 부는가?

    어떤 냄새가 나는가?

    주변에 어떤 꽃이 있는가?

    옆집은 어떻게 생겼는가?

    주변에 아이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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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VES KLEIN, UNTITLED ANTHROPOMETRY (ANT, 106),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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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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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팔이님의 댓글

    경팔이 아이피 (218.♡.110.45) 작성일 Date

    오~ 재미있네요. 훌륭한 인공지능은 막연히 보편적일 뿐이며, 예술가의 예민한 감각과 날카로운 직관을 대체하기엔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