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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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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민석 (175.♡.230.114)
    댓글 댓글 1건   조회Hit 4,617회   작성일Date 24-05-28 23:31

    본문

    최종 판결은 '최종 해결책'을 불러들인다.
    이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글에서 나타난 왜곡되는 가치, 문제의식에 대한 예를 위해 시 한편을 가져왔다. (개인적으로 중국어 음성으로도 들어보고 싶다. 특유의 성조로인해 만들어지는 음율은 시에 더욱 생기를 불어 넣을 것이다.)

    長歌行장가행

    靑靑園中葵 朝露待日晞 陽春布德澤 萬物生光輝
    (청청원중규 조로시일희 양춘포덕택 만물생광휘)
    常恐秋節至 焜黃華葉衰 百川東到海 何時復西歸
    (상공춘절지 혼황화엽쇠 백천동지해 가시복서귀)
    少壯不努力 老大徒傷悲.
    (소장불노력 노대도상비)
    해석: 동산의 푸르디푸른 해바라기, 해 뜨기를 기다려 아침 이슬에 젖은 잎을 말리네.
    봄철 따뜻한 볕이 모든 혜택 베푸니, 만물이 빛나 광채 나도다.
    하지만 늘 두려운 것은 가을철이 닥쳐와, 단풍 들어 꽃과 잎이 시들어짐이라.
    온 냇물 동으로 흘러 바다에 가고 나면, 어느 때 다시 이 서쪽으로 돌아오리.
    [사람도 젊었을 때 노력하지 않으면, 늙어 상심과 슬픔뿐 어쩔 도리가 없다네.]

    중국 남조 시대의 문인 심약沈約의 시다.
    秦 漢 晋 이후의 중국 대륙에서 200년 이상 지속된 혼란이 있었다. 隋와唐의 통일국가가 나타나기 이전의 과도기인 위진남북조시대에 살았던 시인의 글이 오랜 시간 뒤에 낯선 땅위에서 다시금 재조명된다.
    수많은 생태계에 따른 다양한 문화가 나타나는 중국에서 통일국가가 등장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통일국가가 응당 행하는 특징은 권력의 중앙화 즉, 통일화된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에 따라 분류,비교,우위를 정하는 것, 가치를 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실로 행하기 위해, 다자를 일자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것들이 억압되고 버려졌음이 틀림없다. 평화는 전쟁을 통해서, 안정은 불안정을 마주하는 것을 통해서, 아름다움은 추함을 통해서, 선은 악을 통해서 나타난다.
    통일국가에 관점에서 본다면 분단과 분열의 상태는 얼마나 위협적인가! 전국 군웅들의 투쟁 속에서의 인간들의 삶이란...
    끝없는 생존투쟁 속에서의 시인은 자연을 바라보고 있다. 인생의 무상함, 거부할 수 없는 운명...
     平和라는 기표가 새롭게 요구되는 시대의 부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눈을 돌려 자연을 바라볼 수있을까?

    시인은 언제나 문명의 시선에서 자연을 보는게 아닌 문명과 자연의 경계의 극단에서 응시한다.
    봄의 햋볕과 함께 해바라기가 내뿜는 생명의 약동(élan vital)과 마주하는 시인은 자신의 처해있음(befindlichkeit)은 순간 무화되고 그것이 수많은 생명체의 대표자로써 대두되면서 생존투생의 문명적 실험장에서 벗어나 인간 존재자들 이외의 존재자들이 존재함을 바라보게 한다.
    더불어 그들의 있음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사라지는 것.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잎사귀가 현전하더라도 다시 말해 온전히 생명의 충만함만이 발견되더라 하더라도 그 안에는 죽음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해는 동쪽에서 뜨지만, 중국의 강은 서쪽에서 시작된다. 생명의 상징인 봄의 해는 동에서 문명의 번영의 필수 조건인 강은 서쪽에서부터 시작된다. 해와 강이 동시에 시에 등장하는 것은 서와 동이 생명이 시작이 될 수도 있고 끝이 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 구절의 인간의 생을 봄과 가을로 비유하면서 생명과 죽음의 명확한 진리 속에서 이야기한다. 젊음을 거쳐서 다다르는 노년에 대한 연속성 속에서 아주 오래된 도덕과 윤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속에서 불쑥 등장하는 의무는 자연과 인간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체감을 형성한다. 광활한 자연이 인간적으로 해석된다. 자연과 문명의 경계에서 길러올려진 시원의 언어는 도덕과 윤리의 위상을 지니게 된다.

    이제 시에 대한 예찬은 이쯤해서 하고 지금부터 어떻게 해서 그 본래 의미가 곡해되고 그 본래의 생명력을 잃어버리게 되는지 아주 간단한 과정을 통해 증명해 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이 말이다.

    '少壯不努力 老大徒傷悲.'
    (소장불노력 노대도상비)
    즉, 위에 구절은 삭제한 채 마지막 구절만을 남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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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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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민이님의 댓글

    경민이 아이피 (218.♡.110.45) 작성일 Date

    헉; 한자가 많네요. 멀미약 사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