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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능국(藝能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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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58.♡.119.106)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97회   작성일Date 26-02-22 12:12

    본문

    화창한 어느 날, 30인승 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여행가이드로 보이는 한 사람이 마이크를 쥐고 이야기를 한다.


    “예능국(藝能國)에 오신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긴 비행시간동안 많이 지치셨을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 예능국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버스 안의 관광객들이 박수를 쳤다. 가이드는 이어 말했다.


    “예능국은 예능인들이 모여 사는 나라입니다. 그 누구와 대화를 해도 웃음이 빵빵 터지는 신비한 곳이지요. 티비의 모든 채널은 예능채널이고, 학교에서도 예능을 가르칩니다. 더 재미있는 사람이 더 유능한 사회이며, 이를 예능력이라고 부릅니다. 예능력이 높은 사람은 사회에서 더 높은 곳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 엘리트 예능인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상상을 초월하지요.”


    관광객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하며 깔깔 웃었다.


    “여러분, 이제 여러분들께 비밀을 하나 말씀드릴까 합니다. 귀국하시기 전까지는 절대 발설해서는 안되는 아주 예민한 정보이지요. 혹시라도 이 이야기가 새어나갈 시, 여러분의 안전을 보장해드릴 수가 없을 정도에요.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관광객들이 소리높여 “네!” 를 외쳤다. 다들 기대에 찬 반짝반짝한 눈으로 가이드를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예능국의 국민 개개인들은 본인들이 예능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본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예능인이지만, 본인 스스로는 교양인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겉으로는 서로 잘 어울리지만, 속으로는 상대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재미있지요? 만일 그들에게 ‘교양수준이 참으로 높다’고 칭찬을 해준다면 앞으로의 여행이 매우 수월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관광객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한번 더 자지러지게 웃었다.


    “이 비밀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로, ‘예능인 끌어내리기 현상’이 이 사회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자신을 이끄는 리더가 예능인이라는 판단이 들면, 주저없이 끌어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예능인임에도, 자신들의 리더가 예능인이라는 것을 결코 견디지 못합니다. 적어도 예능인인 티가 나서는 절대로 안되는 것이죠. 혹시라도 예능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한순간에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무서운 나라입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버스가 이내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렇기에 제가 말씀드린 이 비밀을 귀국할때까지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아시겠지요? 자, 이제 휴게소에 도착하였으니 15분 가량 휴식하고 다시 이 차에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관광객들이 박수를 짝짝짝 쳤다. 그들은 하나 둘 줄을 지어 버스에서 내리며 기지개를 켰다. 휴게소에서 쉬고 있던 예능국의 한 부부가, 이 버스를 보고 대화를 나누었다.


    “여보, 저 버스는 뭐야?”

    “저거 역술국(易術國)에서 온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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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entzell, R. (1997). Kosa Appreciating Anything [Sculpture]. Denver Art Museum, Denver, CO, United St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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