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숲, 인간이 그리는 무늬와 마주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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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에 갇힌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
분열된 나를 깨달았다. 잘난 나와 못난 나가 싸우는 전쟁터가 보였다. 전쟁은 이기는 쪽
이 모든 것을 차지한다는데, 이 전쟁은 그렇지 않았다. 누가 이겨도 피폐했고 끝나지 않
았다.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이 싸움에서 승자는 아무것도 차지하지 못했고, 패자는 승
자에게 흡수되지 않았으며, 언제나 저항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적대감은 잘난 나와 못
난 나를 조직화했고, 다양하고 섬세하게 분화되는 새로운 나를 집어 삼켰다.
끝없이 이어지는 기이한 전쟁을 바라보며, 버티던 내 몸이 마침내 말했다.
“우리가 싸우는 이 땅을 없애겠다.”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이 땅에 여러 명의 나가 존재한다. 제각각 흩어져 있는 나는 기호
를 채집한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이들의 얼굴을 스친다. 바람과 함께 밀려온 구름이 이
들의 머리 위를 지난다. 별과 달과 태양이 여러 번 위치를 바꾼다. 각자의 의미를 해석하기
위해 몰두하는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모른다. 미묘하게 엇갈린 이들의 각도가 쓸쓸하다.
두려운 온기가 쌓인 고요한 이 세상이, 이상하다.
“바라던 게 이루어졌니?”
춤을 추면 문이 열린다. 이것과 저것 사이 갈팡질팡 하던 나는 문틈에 선다.
여기 저기 왔다 갔다 춤을 춘다. 내가 바라보는 온갖 표정들이 나를 통과한다.
통과하는 시선을 통과하는 내가 있다. 그 어떤 나여도 괜찮다. 나를 품은 내가 사라진다.
눈을 뜨면, 다시 내 몸이 존재한다. 여전히 우리에 갇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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