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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정치사상사 - 엘런 라이언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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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윤미정 (210.♡.229.216)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313회   작성일Date 26-01-04 20:07

    본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한국은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 정착된 국가로 평가받는다. 선거를 통해 권력이 교체되고, 시민의 정치적 권리는 법적으로 보장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진정한 의미에서 공화국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쉽게 답할 수 없다. 최근 교수님과 함께 나누었던 '민주''공화'의 차이에 대한 대화는, 이 문제를 더 깊이 성찰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외부로부터 독립을 부여받은것이 아니라, 내부의 정치적 결단과 무장투쟁을 통해 왕권을 거부하고 스스로 권력을 새롭게 구성한 공화국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좋은 제도와 좋은 환경에서 운이 좋았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치열했다. 먼저 살고 있던 원주민들과의 전쟁, 그리고 대영제국과의 독립전쟁이 있었다. 당시 미국이 영국과 맞서 독립전쟁을 선포했을 때, 대부분은 미국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다. 마치 과거 누구도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너뜨릴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역사는 반복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조지 워싱턴은 군인 출신으로 미국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대통령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기에, 많은 이들이 조지 워싱턴을 일종의 미국식 왕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을 Mr. President라고 부르게 했을 때도, 그 상징적 의미를 정확히 파악한 사람은 드물었다. 영국의 조지 3세조차 워싱턴이 왕이 되지 않는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했을 정도다. 결국 조지 워싱턴은 왕이 되지 않았고, 종신 대통령제의 유혹 역시 거절했다. 그는 임기를 마친 뒤 평범한 농장주로 돌아갔다. 바로 그 물러남의 정치가 미국 대통령제의 공화적 정신을 만든 것이다. 이로써 President라는 직책은 왕이나 독재자가 아닌, 시민 공동체의 대표자로서 공화국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역사에 가정은 조심스러워야 하지만, 만약 조지 워싱턴이 3선 연임을 강행하고 종신 대통령이 되었다면, 훗날 트럼프 같은 인물도 3선 종신제를 시도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공화국이라는 말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President라는 영어 단어는 'pre-'(앞에)'sident'(앉다)라는 라틴어 어근에서 유래한 말이다. , President'공동체를 대표해 앞에 앉은 사람', 다시 말해 '대표자'를 의미한다. 이 단어가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대통령'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대통령이라는 단어는 '()''통령(統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통령'은 군사적 지휘를 맡는 군수(軍帥)의 의미를 갖는다. , ‘대통령군대를 통솔하고 지휘하는 최고 통수자의 이미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이처럼 President시민 공동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라는 공화국적 의미를 담고 있다면, ‘대통령질서와 통제를 수행하는 강력한 통치자라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단어가 달라지면, 그에 담긴 정치적 상상력도 달라진다.

     

    공화국에서 권력은 사람이 아닌 법에 기반해야 한다. 일반적인 법은 영어로 law라고 하지만, 근본적이고 상위의 법은 종종 the right로 표현된다. 예컨대, ‘권리장전(Bill of Rights)’(Law)의 모음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Right)의 선언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right는 단순히 개인의 권리만이 아니라, ‘옳음정의라는 의미도 동시에 담고 있는 단어다. 나의 right는 동시에 타인의 의무를 전제하며, 상호 책임의 원리 위에 성립된다. 그러나 이러한 right의 감각이 한국어로 이라는 단어로 번역되면, 종종 그 의미가 강제성과 처벌로 축소된다. ‘법대로 하면 다 죽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같은 말이 이를 상징한다. 한국 사회에서 법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라기보다는, 국가 권력이 명령을 내리고 억압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인식되기 쉽다.

     

    말은 사고의 그릇이다. ‘대통령이라는 단어에 더 많은 정치적 사유와 공화적 상상을 담는다면, ‘대한민국은 공화국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우리의 답도 달라질 수 있다. 공화국은 단지 헌법에 명시된 제도적 형식이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를 주권자로 상상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성립하는 정치 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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