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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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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58.♡.119.106)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447회   작성일Date 25-12-11 10:31

    본문

    지구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지렁이가 있었다.

    이름은 똘똘이 꿈틀이.


    똘똘이 꿈틀이는 어릴적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

    지렁이 중에서 글을 가장 많이 읽었고, 당연히 아는 것이 가장 많았다.


    심지어 지렁이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배설을 하며, 세상에 어떠한 기여를 하는지도 알았다.

    비가 오면 본능적으로 땅밖으로 튀어나가는 다른 지렁이와는 달리, ‘땅이 젖었을 때 숨을 쉴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밖으로 나가곤 했다.


    그런 똘똘이 꿈틀이의 가슴에 박힌 문장이 하나 들어왔다.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거린다”


    이 얼마나 폭력적인 문장인가.

    그에겐 죽음 앞에서의 꿈틀거림이 지렁이의 소명처럼 느껴젔다.

    이 문장을 마주하고 똘똘이 지렁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죽음으로서 자신을 완성하고자 했던 그는 늙어죽느니 밟혀죽는게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밟히는 그 순간의 꿈틀거림을 예술적으로 발휘하고 싶었다.

    그는 며칠밤을 새며 ‘꿈틀거림’과 ‘춤’을 탐구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똘똘이 꿈틀이는 꿈틀거릴 준비를 마쳤다.

    이제는 밟힐 일만 남았다.

    그는 유서 한장 남기지 않고, 땅 밖으로 나갔다.


    그는 보행자가 많은 길을 이미 알고 있었다. 과감히 나아갔다.

    보행로 중간즈음을 지났을까, 참새가 잽싸게 날아와 그의 허리를 쪼았다.

    두 동강난 똘똘이 꿈틀이는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는 “밟히면” 이라는 대전제부터 망가졌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은 이제 개죽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연구한 “꿈틀거림”은 뽐낼 수도 없겠구나.’ 그는 생각했다.

    그는 자포자기했다. 똘똘이 꿈틀이는 그대로 축 처져 버렸다.

    참새는 축 처진 그를 물고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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