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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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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한상도 (183.♡.104.228)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1,040회   작성일Date 25-09-21 15:36

    본문

    고무공은 여기저기 튀어다니는 걸 좋아했다. 이것저것 참견하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반면 돌 공은 오랫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무공은 그런 돌 공을 늘 답답해 했다. 

    “너 그렇게 살아서 뭐하려고 그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데.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야 지혜도 발휘하는거야.”

    고무공의 말에 돌 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반면, 돌 공의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 그저 조금씩 조금씩 커지는 일이었다.

    어떻게 돌 공이 스스로의 크기를 키우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아주 조금씩 희미하게 커지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저기 튀어다니기를 좋아하는 고무공은 그런 돌 공을 내버려 둔 채, 원없이 뛰어다녔다.

    고무공은 세상의 수많은 아름다움을 보았다. 또한 수많은 고통과 불합리를 보았다.

    워낙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한 고무공이었기에, 그는 스스로가 우주의 지혜를 터득했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 모르고 그저 한가하게 몸이나 불리는 돌 공을 볼 때마다 고무공은 속이 탔다.

    “돌 공아, 지금 세상이 어떤줄이나 알고 있니? 너는 그저 속편하게만 살고 있구나. 그러면 안돼. 세상을 알아야 멋지게 살다 간다구.”

    돌 공은 언제나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그냥 몸집을 불리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돌 공이 운을 뗐다.

    “나는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갈거야”

    고무공이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무슨 말이야?”

    돌 공이 대답했다.

    “돌 공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어. 이 세상 아주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읽어내는 게 내가 할 일이야. 그 곳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존재는 몇 없거든.”


    그 말을 들은 고무공은 마음이 통통통 튀었다. 자신만큼 이 세상을 잘 아는 존재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사실 남들이 이미 아는 것을 알 뿐이었다.

    그러나 은밀한 것, 혹은 정작 자기만 아는 고유한 것은 없었다.

    고무공은 생각했다.

    ‘돌 공과 함께 깊은 곳의 이야기를 읽어낸다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될 거야.’


    돌 공은 배를 타고 태평양 한 가운데로 나아갔다. 고무공은 그를 따라갔다.

    “안녕, 잘 있어.”

    돌 공은 고무공에게 인사를 건넸고, 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나도 같이가!”

    고무공도 함께 뛰어들었다.


    돌 공은 묵묵히 바다 밑으로 내려갔다. 몸집을 꾸준히 키운 덕일까, 그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쭉쭉 내려갔다.

    그는 거친 해류에도, 거대한 물고기 떼의 몸짓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내려갈 뿐이었다.

    반면 같이 뛰어든 고무공은 해수면 위에서 동동 떠있을 뿐이었다. 그는 파도와 바람에 쉼없이 시달렸다.

    고무공을 먹이로 착각한 갈매기들의 쪼임에 그의 몸은 금세 균열이 났고, 이내 바닷물에 열화되어 가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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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pworth, B. (1966). Figure in a landscape (Zennor) [Sculpture]. Tate, London, United King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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