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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여는 땅, 생각이 시작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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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정혜 (123.♡.33.101)
    댓글 댓글 0건   조회Hit 80회   작성일Date 26-06-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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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을 보며, 나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물론 그곳에는 여전히 낡은 음모론을 가슴에 품고 부정 선거를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가장 크게 울려퍼진 목소리는 재선거였다. 대한민국의 이성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사실에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사실 잠을 많이 못자서 그런 거임)


    부정선거를 외치는 사람들을 무턱대고 조롱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누군가를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제압할 만한 상체 근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전한길, 이영돈 등 이른바 부정선거론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지금 타당한 증명 과정을 듣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부실한 관공서의 결함 목록을 훑어보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배춧잎 투표지, 일장기 투표지, 뜯어진 봉인지, 197세의 유권자, 비밀번호 1,2,3,4,5, z값 통계 논란 그리고 화웨이 와이파이까지. 이들은 온갖 잡동사니들이 도대체 어떻게 특정 조직이 개입한 부정 선거인지 설명하지도 논증하지도 않는다. 그저 기괴한 파편들이 쏟아내면서 다음과 같이 외칠 뿐이다. 


    "이게 정상인가요?"


    당연히 정상 아니지. 그런데 그걸 부정선거로 귀결 짓는다고? 어느 랩틸리언의 소행이라 할 수 있을까? 이상함은 의심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결론의 보증수표로 활용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광경은 낯이 익다. 과거 광우병 사태가 대표적이다. '뇌송송 구멍탁'을 외친 것처럼 말이다. 진영의 색깔만 바뀌었을 뿐이지, 공포를 연료 삼아 굴러가는 엔진의 구조는 다를 바 없다. 따지고 보면 이 땅의 좌파나 우파나 결국 같은 김치를 먹고 자란 대한민국 사람 아닌가. 우리는 진영을 막론하고 잘 짜여진 선동 앞에서 놀랍도록 무력해진다는 사실을, 예나 지금이나 성실하게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나름 공정한 시각을 유지해야겠지. 전한길 측의 주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개소리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투표관리인의 도장을 일일이 직접 찍게 하자는 제안을 시작으로 선관위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지적하는 대목은 받아들일만 하다. 시스템에 허술한 구석이 있다는 사실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스템에 허술한 구석이 있다.' 라는 말이 '그러므로 어둠의 세력이 선거를 조작했다.' 라는 결론을 자동으로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짬뽕 국물에 회색빛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주방장을 늑대인간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라가 보면, 부정선거는 정말이지 고단하기 짝이 없는 노동이다. 투표할 때 조작하고, 개표할 때 조작하고, 재검표에서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한 번 더 표를 바꿔치기 해야 한다. 이건 마치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 강도가 정문으로 들어갔다가, 창문으로 기어 나온 다음에, 다시 굴뚝을 타고 기어 들어가는 격이다. 그냥 한 군데만 손보면 되는 걸, 왜 굳이 동네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앞에서 세 번에 걸쳐서 하는가? 결국 그들이 주장한 197세 유권자 명분은 행정 데이터 오류로 판명났고,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z값 통계 논란 역시 전제 자체가 처음부터 틀려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거대한 부정선거 음모론은 김 빠진 제로 콜라와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이 부정선거를 주구장창 외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부정선거만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겼어." 라는 정신승리를 하기 위함인 것이다. 자신들이 못나서 표를 잃었다는 뼈아픈 현실을 마주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마치 시청률이 안 나왔다는 이유를 방송사 경영진의 거대한 음모라고 치부하는 꼴이다. 사실은 그냥 너네가 재미 없어서 시청률 안 나온 거야!!!


    이번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하여 전한길 씨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자가 아닌 합리적인 시민이었다. 여기서 나는 생각을 고쳐 먹을 수 있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광우병이든 부정선거든 공포를 미끼러 던지는 선동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것 같다고. 적어도 예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만약 이런 풍경이 계속 지속된다면, 미래를 여는 땅, 생각이 시작되는 곳은 함평이 아닌.. 송파가 될 것 같다....ㅠㅠㅜㅠㅜㅠㅜㅠㅠㅜㅜㅠㅜ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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