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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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다섯 편의 글이 있다.
A: 독사가 빠졌다. 멈춰야 한다.
B: 독사가 우유통에 빠졌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철수는 피자를 먹었다.
C: 독사가 우유통에 빠졌다. 나는 너무 슬프다.
D: 독사가 우유통에 빠졌다. 우유에 독이 들었으니, 난 우유를 먹지 않을 것이다.
E: 독사가 우유통에 빠졌다. 우유에 독이 들었으니, 당장 우유 유통을 멈춰야 한다.
이 중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A는 비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엄밀히 말해 글이 아니다.
B는 개별 문장들은 비문이 아니나, 각 문장들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C는 문장들이 글을 구성하고 있으나, 감정표현에 그쳐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D는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하다. 그러나 개인의 결정을 서술하고 있기에 읽는 자로부터 ‘so what?’을 묻게 한다.
E는 하고자 하는 말이 분명하고, 읽는 자로부터 ‘나는 어떻게 해야 하겠구나'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단계별 분석을 통해, 좋은 글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글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둘째,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가 드러나야 한다.
셋째, 나의 욕망이 드러나야 한다.
넷째, 나의 욕망이 성숙하여, 공동체의 욕망과 일치되어야 한다.
좋은 글을 쓸 줄 아는 자가 더 인간이다.
이를 토대로, 생각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인식할 수 있다.
The Milkmaid (c. 1658–1661). Oil on canvas, 45.5 x 41 cm (17.9 x 16.1 in). Rijksmuseum, Amste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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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빼고 글쓰는 경만이님의 댓글
뇌 빼고 글쓰는 경만이 아이피 (218.♡.110.45) 작성일 Date
오~ 공감갑니다.
뇌빼고 글썼던 저를 반성하게 되네요.
그런데 A 문장도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시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예를 들면,
독사가 빠졌다. 멈춰야 한다.
단죄와 쾌락의 경계 속
조용히 스며드는 독사의 향기
독사가 빠졌다.
순수와 타락의 경계에서
이제는 멈춰야 한다
독사가 스며든 우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금지된 열망의 꽃
검은 꽃이 피어나는
우유통은 멈추지 않고
밤의 향기가 짙어진다.
제목 : 청부살인